법정에서 부부의 의견대립, 즉 부부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부부인데요, 변호인을 두고 아내는 '해임하겠다'고 하고 남편은 '해임 안 하겠다'고 충돌한 겁니다. 방청석의 아내는 남편인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는데요, 남편뿐 아니라 검찰과 변호사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수의를 입고 변호인 없이 혼자 피고인석에 앉았습니다. 어제(24일) 아내가 그동안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해광' 소속 변호인들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기 때문이죠. 

재판부는 "(아내의) 변호인 해임 신고에 대한 피고인(이화영)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는데요, 이때부터 이화영 전 부지사 부부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재판부의 요청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집사람이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변호사 해임은 제 의사가 아니다. 제가 수감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몰랐는데 판사님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해광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내의 변호인 해임신고서 제출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가 자신의 뜻이 아니라면서 해임 신고 철회할 뜻을 밝힌 겁니다. 

그러자 이번엔 방청석에 있던 이 전 부지사 아내가 "당신이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라고 소리치면서 나섰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라고도 했습니다. 재판장을 사이에 두고 법정 부부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재판장이 이 전 부지사 아내를 진정시킨 뒤 발언 기회를 줬는데요, 아내는 "해광은 제가 계약하고 선임한 분들"이라며 남편에게 변호인단 해임을 촉구했습니다.

"저분(이화영 전 부지사)은 너무나도 변호사한테 놀아났다고 할 정도로 너무 화가 나요", "저 사람은 지금 안에서 너무 모르는 거 같아요. 그리고 얼마나 자기가 검찰에 회유 당하는지도 모르는 거 같고. 정말 답답해요. 정신 차려야 돼요"라는 말을 했는데요, 남편에 대한 답답함과 변호인단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한 겁니다.

남편을 압박하는 말도 했는데요, "당신이 만약 (해임 철회) 판단하면 가족으로서 도와줄 수 있는 권리와 의무 포기하고 싶습니다. 당신 혼자 알아서 재판 치르고 가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특히 남편의 진술 번복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요, 변호인단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후에 재판이 재개됐는데요, 변호인 문제는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사건의 당사자는 피고인 본인이고 피고인 입장이 중요하다"면서 "변호인이 계속할지 여부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법에 따라 당사자인 이 전 부지사의 동의 없는 변호인 해임은 효력이 없다고 합니다. 아내가 변호인 해임신고서를 내긴 했지만 이 전 부지사가 결정할 문제인 거죠.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가족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변호인이 오후에도 불출석하면서 재판은 진전 없이 종료됐습니다.

이 전 부지사 아내는 재판 전에 입장문을 통해 변호인 해임신고서를 접수한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검찰의 압박과 회유가 이어졌다",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사들의 태도에 대해 우려가 커졌다"고 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아내는 남편이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넘어가고 있고, 변호인단도 검찰에 유화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특히, 변호인단이 재판기록 유출 의혹을 받는 만큼 검찰에 약점 잡힌 상태에서 정상적인 변론이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 부지사 아내는 특히 남편의 달라진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 전 부지사 진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잠시 살펴볼까요. 

이 전 부지사가 연루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은 쌍방울 그룹이 지난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건넸다는 내용인데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대북송금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경기도와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는데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에 관해 얘기했고 이를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에게 알렸다"고 진술하는 등 입장변화를 보였습니다.

지난 18일 재판에서는 변호인단도 재판부의 요청을 받고 "그동안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에) '쌍방울에 방북을 한 번 추진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했는데요,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를 법정에서 인정한 겁니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 아내가 민주당에 탄원서를 내고 "남편이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후 이 전 부지사도 옥중 편지를 통해 입장 변화는 사실이 아니라며 입장을 다시 뒤집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는데요, 번복했다가 재번복하면서 처음 입장으로 돌아갔지만 처음 입장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25일) 재판은 여러 가지로 삐걱거렸는데요, 우선 변호인단이 재판에 불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법정에서는 이례적으로 부부싸움도 있었습니다.

또 당초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측 재주신문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들 절차도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재판은 별다른 진전 없이 오전 20여 분, 오후 10여 분 등 총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앞서 지난 3월엔 이 전 부지사의 재판 속기록(녹취록)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 SNS에 게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법무법인 해광 측은 법정에서 "피고인의 검찰 수사 입회 변호사인 현근택 변호사가 기록을 알아야 한다고 해서 준 적 있다"며 "그분이 어떤 이유로, 어떤 경로로 (민주당에) 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해광 측에서 현근택 변호사에게 유출한 것까지는 시인한 겁니다. 

검찰은 재판 기록과 증거자료 유출 의혹 고발장을 접수하고 조사 중인데요, 해광 변호사들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검찰은 오늘 재판에서도 "수사 기록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증인신문 녹취록이 (이재명 대표) SNS에 공개 게시되는 등 다른 재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며 재판부에 공판 진행에 신경 써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외부로 재판 자료가 나가면 재판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약 열 달가량 진행되고 있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재판에 여러 잡음이 이어지면서 재판이 산으로 간다는 말도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재판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면서 재판이 더욱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의 향배도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설까지 흘러 나오고 있죠. 그래서 이 전 부지사의 입을 민주당과 이 대표가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어제(24일) 수원지검을 방문했는데요, 박범계 의원은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노골적 회유와 압박으로 보고 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전 부지사의 실토로 드러난 진실을 다시 뒤집으려는 방탄 방문"이라며 "다음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비해 정당한 영장 청구가 아니라는 조건을 발동하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은 이 전 부지사가 수감된 수원구치소에 편지·영치금을 보내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힘내라 이화영'이라는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재명 대표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전 부지사가 핵심 증인인데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가 관련이 있다고 이미 한 차례 진술한 이화영 전 부지사로서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