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저성장과 수출감소,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금리를 인하하며 부양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주가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등, 우리 금융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 코스피는 나흘 연속 하락을 이어가면서 45.23포인트(1.76%) 내린 2,525.64로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닥은 낙폭이 더 컸습니다. 23.39포인트(2.59%) 내린 878.29로 오늘 장을 마무리했습니다. 내가 주식을 하지 않아도, 증시가 자꾸 하락하면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짓누르게 되고, 결국 나의 경제생활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원화가치도 슬금슬금 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원/달러 환율은 6.0원 오른 1,336.9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건 매매기준율이고, 실제 은행 창구에서 달러를 살 때 적용받는 환율은 이보다 더 높습니다. 달러가치가 비싸지면 석유부터 시작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와 각종 상품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집니다.

우리 금융시장에 낀 이런 먹구름은 한국이 여전히 중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요즘 부동산 불황과 부채 위기가 심각하죠. 중국의 대형 부동산 기업인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중국 경제의 반등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니,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우리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겁니다.

중국 정부는 어제(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부터 청년실업률 통계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1월 17.3%, 2월 18.1%, 3월 19.6%, 4월 20.4%, 5월 20.8%, 6월 21.3%로 치솟는 추세인데요, 7-8월에는 1천1백만 명 넘는 대졸자가 구직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실업률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돼 왔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나쁜 소식에 대한 중국의 대답은 '건너뛰기'"라면서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은 경제 데이터를 적게 발표하고 있으며, 최근 몇 개월 새 이코노미스트들에게 부정적인 추세에 대해 논의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중국은 작년 10월 17일에도 발표일을 하루 앞두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분기 GDP성장률 등 중요 경제지표 발표를 연기한 바 있는데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대회 개막 시점에 분위기가 나빠질까 봐 그랬다는 분석이 나왔었습니다.

이렇게 경제의 불투명성이 높아지면 경제 주체도, 투자자도 선뜻 돈을 쓰기가 어려워지죠.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최근 중국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7월 말 중국 당국이 발표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로 매수한 주식의 70%를 다시 내다 팔았으며, 지난 14일까지 거래일 기준 10일 가운데 8일간 순매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중국 당국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것이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입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들이 돈을 빌려 투자를 하고 개인도 대출을 해서 부동산을 사든 사업을 벌이든 해야 하는데, 지금 중국의 경제주체들은 다들 현금을 움켜쥐고 불안한 앞날에 대비하려 할 뿐, 돈이 잠기는 걸 겁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물가 하락이죠.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각각 -0.3%와 -4.4%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의 덫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앞으로 물가가 더 떨어진다 싶으면, 경제주체들은 지금 돈을 쓰지 않습니다. 기다리죠. 경제는 더욱 식어가게 됩니다. 

중국을 관찰하는 서구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중국이 ‘롱 코비드(Long COVID)’를 앓고 있다고 말합니다. 강력한 ‘제로코로나’ 정책이 중국의 사회와 경제에 미친 영향이 생각보다 커서, 그 후유증 때문에 경기부양이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중국의 기업과 개인들이 두려움 없이 사업을 키우고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 공산당이 과연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