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뭘까요? 공개적으로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설명을 보면 '암묵적 용인'으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중국은 '강력 반대' 입장인데요, 오늘(22일)도 추가 대응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홍콩은 당장 일본산 수산물 수입 통제에 나설 태세입니다.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과 유럽은 일본을 '이해'하는 입장입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오염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정부 입장을 설명했는데요, "일본 측의 방류 계획상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박 차장은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암묵적 용인'으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박 차장은 오염수 방류 관련 조치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합의한 내용이 있다면서 공개했는데요,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용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런 합의도 나올 수 있었던 거죠.

한일 합의와 관련해 박 차장은 우선 한국 측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후쿠시마원전 현장사무소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일본, IAEA가 함께 합의했다는 겁니다.

IAEA도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과 정보 공유를 약속했습니다.

박 차장은 또 일본 방류 시설에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양국 규제당국과 외교당국 간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2중 핫라인'을 구축하는 데도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일본 측은 IAEA와 협력해 방류 이송설비의 방사선 농도, 오염수 유량, 해수펌프 유량, 희석 후 삼중수소 농도 등을 1시간 단위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이를 한국어로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그동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핵 오염수'라고 부르면서 방류에 강하게 반대했는데요, 오늘(22일)은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강화 등 추가 대응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공공연하게 핵 오염 위험을 전세계에 전가하고, 사익을 전 인류의 장기적인 복지 위에 두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본의 정식 방류 결정이 나왔는데, 중국은 새로운 규제 조치를 고려 중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관련 부문이 식품 안전과 중국 인민의 건강을 지키기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는데요, 최근 수산물 수입 절차가 강화된 데 이어 또 다른 수입 규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당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 인근 12개 지역의 농수산물과 식품만 수입을 금지해왔는데요, 지난 달부터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해 방사선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통관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요, 수산물은 신선함이 생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강도 조치입니다. 수입업자들이 수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일본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어제(21일)도 '핵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며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일본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이해'하는 입장입니다. 유럽연합(EU)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유지해온 일본산 수입 규제를 지난 3일부터 완전 철폐했습니다. 

EU가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철폐하면서 일본은 후쿠시마현 수산물과 야생 버섯, 미야기현 죽순 등 10개 현(광역지자체)의 식품을 수출할 때 제출했던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낼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EU 회원이 아닌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스위스, 리히텐슈타인도 잇따라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를 철폐했습니다.

이로써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후 한때 55개국(지역)까지 늘어났던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는 중국과 한국 등 7곳으로 줄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중국, 홍콩, 타이완, 러시아, 마카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입니다. 

미국은 이미 2021년에 수입규제를 철폐했습니다.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기시다 일본 총리가 속전 속결로 오염수 방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리부터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방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을 착착 진행한 거죠.

근데 원전 오염수 문제가 한미일 정상회의 당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의제에는 올라가지 않았는데요, 한일 정상의 논의 테이블에는 없었던 거죠.

일본이 한미일 정상회의를 오염수 방류 정당화 무대로 이용했다고 단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 회의에서 미국의 지지와 이해를 확인하고 한일관계도 개선되면서 방류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의 당시 자료를 보면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이해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이제 한일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는데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나라가 밀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국민 건강과 관련된 오염수 방류로 한일관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죠.

정부가 아무리 과학적 사실과 일본 정부 조치 등을 설명하며 국민을 설득하려 해도 대일 감정이 악화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당장 민주당 등 야당은 총력 저지 투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대일 감정이 더 자극될 수 있는 거죠.

정부로선 국내 여론을 주시하면서 한일관계도 관리해야 하는데요, 꽤 복잡한 방정식을 떠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