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오후에 입장문을 냈는데요,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직을 자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위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도 했습니다.

자진 사퇴의 배경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큰 격차로 패배한 것과 관련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입장문 첫 부분에서 "여가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어제 늦게까지 강서구 보궐선거를 지켜봤다"라고 적었는데요, 보궐 선거 결과가 자신의 사퇴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국민의힘 비공개 회의에서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대통령실에 건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입니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자신이 창업한 소셜뉴스, 소셜홀딩스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주식 파킹’, ‘배임’ 의혹 등 무수한 의혹에 대해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이 회사(위키트리)를 운영했다. 불법을 저지른 적은 결코 없다. 제게 주어진 방법으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후보자의 낙마는 다섯 번째입니다. 앞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여러 의혹을 넘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습니다.

민주당은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이 있는 한동훈 법무장관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심은 윤석열 정부에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총리 해임, 법무부 장관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장관 후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이런 인사 검증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한 장관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도 '인사책임을 대통령실로 넘길 것이라면 차라리 민정수석실을 부활하십시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 장관의 책임 떠넘기기를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말했는데요,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번 선거 결과를 전체 민심으로 일반화하거나, 국정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식의 지나친 확대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민주당 강세지역에서 치러진 보궐선거라는 점을 정확히 봐야 한다는 거죠. 

때문에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습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한동훈 장관 파면 등 국정 기조 변화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은 거죠.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되 선거 패배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으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SNS를 통해 이준석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해당 행위를 저질렀다며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이 전 대표 제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거가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와중에 (이 전 대표가) 조금이라도 당을 도와주기는커녕 비판에만 몰두했다"는 겁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지원 유세 도중 불거졌던 '욕설 논란'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전하며 '선거 패배의 책임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다음으로 크다'고 비판한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준석이 가짜 편집본으로 지원 유세에 나선 저를 공격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니, 과거 성 접대 사건이 우연한 실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비난한 겁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SNS에서 맞받았는데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죠?"라고 비꼬았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쇄신론이 분출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나온 17%포인트 격차를 6개월 안에 좁히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참패가 재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 운영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당 혁신 기구를 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현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민심의 질책을 소중히 받들어 쇄신을 위한 기구를 조속히 발족하고 당의 전략과 정책 방향도 재점검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고 합니다. 

현 지도부 퇴진에는 선을 긋고 별도의 쇄신 기구를 발족한다는 게 김기현 대표 구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도 많고, 지도부와 다른 의견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내일(13일)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오는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총선 전략과 관련한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은 선거 패배 책임론과 수도권 위기론을 잠재울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이 과정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강하게 터져 나올 경우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