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아바타", "김건희 호위 무사" 

민주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씌우는 대표적인 프레임인데요, 한 위원장이 최근 이런 프레임을 벗고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면서 대통령실 입장에서 다소 떨어지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 공식 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었지만 윤 대통령에서 벗어나야 총선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대선까지 염두에 둔 정치 행보는 아닐까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늘(19일)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늘은 '대통령실과 갈등설도 있는데,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내에서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한 위원장도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질문이죠.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니까,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이슈와 관련해 내 입장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어제 말씀드렸다. 더 이상 다른 말씀 안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의 어제 발언을 두고 그동안 입장에서 다소 변화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진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대해서는 '총선용 악법'이라고 비판해왔지만,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그러다가 딱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9일 이 사건을 '몰카 공작'으로 규정해 불순한 의도로 촬영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때는 한 위원장이 법무장관이었습니다.

기존의 '함정'이었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국민 시각에서 보면 우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어제(18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밝힌 겁니다.

표현이 추가되면서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여론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김건희 여사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비대위를 함께 이끌고 있는 김경율 비대위원이 앞장서 이런 주장을 연일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오늘(19일)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디올백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고 사과해야 된다, 이 생각은 여전한가?'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민심을 대표하고 싶은 여당에서 (사과 요구)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부분이다",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만큼의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용서를 구해야 할 일 아닌가"라는 말도 했는데요, 이런 요구가 자신의 요구가 아니라 "시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여론"이라고 했습니다.  

하태경 의원, 조정훈 의원, 이용호 의원, 출마 준비 중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도 비슷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치 공작'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잊으면 노림수에 말려든다고 사과 요구와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동훈 위원장은 오늘(19일) 갈등으로 비쳐지는 걸 경계하면서 "대통령실과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진화하면서 "제 목소리와 윤재옥 원내대표 목소리는 다르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실의 견제구가 날아왔습니다. '연합뉴스'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당에서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면 특혜처럼 보이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지역 등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또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그만둘 때도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하지만 공천에 특혜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윤 대통령은 공천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당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공천에 특혜는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인데요, 한 위원장의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입장 발표, 김건희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언급해온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제(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이 서울 마포을 출마'를 발표했는데요, 이를 두고 당내 '윤심 공천' 이라는 등 여러 잡음이 나오는 데 대해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표명하면서 잡음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공천 관련 당내 잡음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공교롭게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사과를 맨 앞에서 요구하는 김경율 비대위원이라는 점도 대통령실에서는 불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 위원장으로서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대통령실과 다른 입장을 내면서 당내 공천 주도권도 잡으려하다 대통령실의 반발을 산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공식 대면한 건 1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가 유일하고, '식사 한 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개 석상의 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16일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한 위원장은 정치에 뛰어든 이후 38개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인사말이나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의례적인 말도 없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여권 인사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취임 전부터 '윤석열 아바타'라는 야당 비판이 거센 것을 의식했다는 겁니다.

"총선을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 보다는 '한동훈 대 이재명', '검사 대 피의자'의 구도로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도 있다고 합니다.

한 위원장은 연일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별로 부각되지 않고 있는데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가리고 개혁 화두의 진정성 마저 의심받고 있죠.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 시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위원장이 대선을 꿈꾼다면 그런 시도는 더욱 강화되겠죠. 이런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견제구를 날리며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것이 권력 세계의 속성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