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긴급 회의를 열었는데요,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의원 공천을 취소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정 의원은 5선의 중진으로 국회 부의장이기도 합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브리핑도 했는데요, "정우택 후보에 대한 불미스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국힘이 강조해온 국민의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하게 됐다"고 공천 취소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돈 봉투 수수 여부가 확인됐는지'에 대해 기자들이 물었는데요, 정 위원장은 "그것은 수사 절차에서 확인되는 것이고 지금은 여러 가지 증거를 종합할 때 우리 도덕 기준에 맞지 않아 취소한 것"이라고만 답변했습니다.

정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넨 사람은 카페업자로 알려졌는데요, 정 의원은 "CCTV 벗어난 지역에서 돈 봉투를 돌려줬다"고 해명했지만 카페업자는 "돌려받지 못했다"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 후보의 보좌관이 카페업자를 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정 의원은 지금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정 의원 대신 충북도 행정부지사 출신의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우선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청주 상당에는 정 의원과 공천 경쟁을 했던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있지만, 다른 선거구 공천 탈락자를 선택한 겁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윤 후보가 이 선거구의 상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봐서 서 후보를 추천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공천을 확정했다가 취소한 게 벌써 세 번째입니다. 경기 고양정 지역구 공천에서 당초 김현아 전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가 취소하고 김용태 전 의원을 우선추천했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경우 박일호 후보에서 박상웅 후보로 바꿨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박용진 의원을 이긴 정봉주 전 의원을 두고 고심에 빠졌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대전 중구 민생현장 방문을 마치고 기자회견했는데요, 정 전 의원의 '목발 경품' 발언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을 저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공천 취소 가능성까지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정 전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에 착수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안이 복잡하지 않아 윤리감찰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오보'를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정봉주 의원의 발언이 남아있기 때문에, 판단만 남았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7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패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요, 이때 발언이 논란을 불렀습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2015년 DMZ(비무장지대)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 등을 잃은 사건을 조롱한 것으로 의심받았습니다.

그러자 정 전 의원은 SNS에서 "당사자께 유선상으로 사과했다"고 했지만, 당시 부상 장병들이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재차 사과문을 올렸는데요, 당시 장병들의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자신의 팟캐스트 통해 사과했다고 해명하면서도 "두 분의 피해 용사에게 직접 사과한 듯한 표현으로 두 분께 또 다시 심려를 끼치고 상처를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면서 "당분간 공개적인 선거 운동은 중단하고, 유튜브 등 일체의 방송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정봉주 전 의원 공천 취소될 경우 누구를 내세울 것이냐에 대한 설왕설래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정 전 의원이 낙마하면 박용진 의원이 살아나는 거냐, 아니면 제3의 인물이 전략공천을 받는 거냐로 관심이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정 전 의원 낙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제3의 인물이 가는 게 원칙이지만, 정무적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했는데요, 박용진 의원보다 제3의 인물 재공천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포함돼 치명적인 불이익을 안고 경선에 참여했다가 정봉주 전 의원에 패했는데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선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쓴소리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생명체가 없는 ‘사막화’의 과정에 들어갔다. 조금 다른 의견, 애정 어린 비판조차 용납 못 하는 당으로 국민에게 비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했는데요, 자신과 같은 '소신파'의 입지가 사라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 거듭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하는 등 당내 대표적 소신파로 꼽힙니다.

정봉주 전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 공천받은 후보들의 과거 발언도 잇따라 도마에 올랐습니다. 

대구 중·남구에 공천받은 도태우 변호사는 2019년 유튜브 방송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북한 개입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 5·18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부인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조수연(대전 서갑) 후보는 2017년 SNS에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는 글을 올린게 알려졌는데요, 광복회는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에 가깝다"며 비판하는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가 과거 SNS에 올린 글도 소환됐는데요, '보편적인 서울 시민들의 교양 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날마다 깨닫게 된다', '일본인의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고 적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런 사례를 언급하면서 "왜곡된 역사관, 비뚤어진 시민의식은 기본이고 구역질 나는 막말은 스스럼없이 내뱉어야 집권 여당 국민의힘에 걸맞은 인물인가"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과 맞대결을 벌이게 된 서울 마포을 함운경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도태우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을 당적을 옮긴 이상민 의원도 도태우‧조수연 후보에 대해 당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여야 모두 '설화'가 총선 표심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면서 '입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후보들에게 공문까지 보냈다고 합니다. 권칠승 대변인은 "공문은 선거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선거운동 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주의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이라고 전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후보들의 말과 글은 과거의 것들인데요, 여야가 주의령까지 내리는 건 '설화'로 인한 돌발 악재가 추가로 발생하면 선거에 치명적이라는 경계심이 드러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