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임현택 의협회장에게 여러모로 유감의 입장을 표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범의료계 대책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했습니다.

의협은 내일(20일)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박단 비대위원장에게 공동위원장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박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겁니다.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 "현재의 상황에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였다"고 박단 위원장이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단 위원장의 글을 보면 이전부터 임현택 의협 회장과 의견 충돌을 빚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 위원장은 또 "의협이 발표한 세 가지 요구안은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일곱 가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며,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요구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의협은 최근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등 3대 요구안을 발표했는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 일곱 가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감정의 골도 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박단 위원장은 지난 13일 SNS에 "임현택 회장은 뭐하는 사람이죠? 중심?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임현택 의협 회장이 일부 전공의가 모인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두 단체 수장의 갈등이 개인적인 갈등이 아니라 단체간 갈등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2020년에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을 두고 의정 갈등을 빚었는데요, 최대집 당시 의협회장이 전공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와 합의안을 작성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공의들이 크게 반발했는데요, 합의문 서명 당일 대전협이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최 전 회장의 협상 진행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최 전 회장이 전공의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등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지난 15일 SNS에 당시 겪은 일을 전하면서 "2020년의 트라우마가 4년이 지난 지금도 의협과 전공의들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임현택 회장이 어제(18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한 것을 두고도 내부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을 내고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현택 의협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의협은 임 회장 1인의 임의 단체가 아니고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한 공식 단체다", "시도회장들이나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개원의들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개원의들은 "무기한 휴진은 사전에 논의된 바 없다", "임 회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의협은 회장이 하자고 하면 그대로 가는 구조의 단체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사단체들은 27일 무기한 휴진 추진이 임현택 회장의 일방적 결정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내부 갈등 외에도 어제(18일) 진행한 집단휴진의 참여율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낮은 것도 의협의 동력을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오후 4시 기준) 참여율은 14.9%로, 2020년 집단휴진 첫날(8월14일) 참여율 32.6%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의협 회관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등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의협이 내부와 외부에서 공격받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