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대표의 회담을 앞두고, 한 대표가 '회담 생중계'라는 이슈를 꺼내며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회담 시작도 전에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한 대표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사실상 불꽃튀는 '토론 배틀'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인사말만 공개되던 예전의 회담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겁니다. 한 대표는 토론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대표 측에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오는 25일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두 대표의 비서실장이 실무협의 파트너인데요, 박정하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이 기자들을 만나 회담 형식과 관련해 '오픈(공개)'하는 방안을 언급했습니다.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는 제안을 좀 해보려고 한다"는 겁니다.

'오픈한다'는 게 '생중계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는데요,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생중계 제안 방침'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생중계 관련해 한동훈 대표가 그런 의견을 줬다", "(민주당과) 실무적으로 대화 나누는 상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동훈 대표가 생중계를 통해 회담을 모두 공개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회담 생중계 제안'에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실무 협의를 거치지 않고 미리 툭 던지듯 언론을 통해 회담 생중계를 제안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한동훈 대표께서 여야 (대표) 회담을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쾌한 생각도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또, “즉시 제가 전화해 어필을 했고 박정하 실장도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실수를) 인정했다”고 설명한 뒤 "박 실장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20일) 오후로 예정됐던 실무협의는 취소됐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이 유감을 표명하면 내일(21일) 실무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재명 대표 측에서 회담 생중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해식 실장은 "우리 입장에선 생중계가 한동훈 대표에게 더 불리할 것이란 생각도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너무 성급하고 격식에 맞지 않은 접근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회담 생중계 제안을 놓고 여야 대표 비서실장이 신경전을 벌이며 오늘(20일) 실무협의는 무산됐지만, 내일은 실무협의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 '릴레이 탄핵' 등 정쟁 중단  ▲ 금투세 폐지 등 민생 현안  ▲ 정치개혁 협의체 상설화를 의제로 제안할 방침입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 채 해병 특검법  ▲ 전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 지구당 부활을 테이블에 올리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는 채 해병 특검법입니다. 특검의 수사 범위, 추천 방식, 도입 시기 등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양당이 팽팽하게 대립하는데, 어느 쪽이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한 민주당은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제삼자 특검 추천 방식'을 받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한 대표가 주장하는 '제보 공작'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대상에 넣을 수 있다는 쪽으로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겁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정쟁용 특검법에 대해선 이미 '수용 불가'로 선을 그었는데요, 김건희 여사와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해 정권의 존립을 흔들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는 이른바 '잠룡'인데요, 차기 대권 경쟁의 장이 이제 본격적으로 열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