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비명(비이재명)계 잠재적 대선 주자, 이른바 잠룡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보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로 이재명 대표를 때리거나 독자 영역을 다지면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앞에서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건 김부겸 전 총리인데요, 독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건 김부겸 전 국무총리입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데요, 오늘(19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월권",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마구 몰아붙였습니다.

김 전 총리는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면서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냐?"고 이 대표를 겨냥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어제(18일) 밤 유튜브 방송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라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총리가 어제(18일)는 동아일보 시사 유튜브 '황형준의 법정모독'에 출연했는데요,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섣부르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 행보가 빨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갈등을 풀어가는 데 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어제(18일) 열린 '희망과 대안 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원외 비명계 인사들과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에 맞서기 위한 세력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포럼 창립식에서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딸)'을 거론하며 "여러분이 쓰는 분열과 증오의 언어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분열과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여러분이 쓰는 증오의 언어, 예를 들어 '수박'이라는 단어는 민족사의 비극과 상처, 희생, 피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그런 역사를 아신다면 여러분은 그런 용어 쓰지 않기를 호소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박'이라는 단어는 강성 지지층이 중도파를 겨냥해 '겉은 파란데 속은 빨갛다'라는 뜻을 담아 사용하는 멸칭입니다.

이에 대해 친명(친이재명) 지지자들은 '홍길동도 아니고 왜 수박을 수박이라 부르지 말라고 하느냐', '수박이 주인에게 경고하는 거냐'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 잠룡들을 잇따라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난 데 이어, 오는 21일에는 박용진 전 의원, 24일에는 김부겸 전 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28일 김동연 경기지사와 만남이 예정돼 있습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열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야권을 통합하는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이 대표도 적극적으로 비명계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혀가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표와 이들 비명계 인사는 2022년 대선과 2024년 총선을 거치며 얽히고설킨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김동연 지사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물결을 창당하고 후보로 출마했지만,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와 단일화를 이루며 사퇴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대표와 함께 선거를 이끌었습니다.

임 전 실장과 박 전 의원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친명(친이재명)계와는 '악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통합과 포용'을 강조하면서 당내 분란을 잠재우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재판의 2심 판결을 계기로 또다시 계파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대표가 2심에서 또다시 유죄 선고를 받게 된다면, 이미 몸풀기에 나선 비명계 대권 주자들이 이를 고리로 '불안한 후보론'을 띄우며 이 대표 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