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대표의 자진 출석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지지자들과 보수 유튜버들이 몰렸는데요,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습니다.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다툼도 벌어졌습니다.

오전 10시쯤 송 전 대표가 나타나자 "송영길"을 연호하는 지지자와 욕설을 쏟아내는 유튜버들이 뒤엉키면서 현장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청사 현관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조사를 받겠다는 거죠. 하지만 검찰 직원은 "출입 등록이 안 돼 있다" "전화 연결이 안 된다"면서 로비에서 돌려보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조사나 면담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요, 검사 얼굴도 못 보고 퇴짜를 맞은 겁니다.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 주시길 바랍니다"

송 전 대표는 이렇게 시작하는 입장문을 착잡한 표정으로 읽었는데요,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항변했습니다. 

격정적이고 격앙된 어조로 감정이 격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선 검찰 수사 행태를 '전근대적 수사', '인생털이 수사', '인격살인', '이중 별건 수사', '총선용 정치수사' 등으로 규정하면서 "증거에 기초한 수사를 해야지 사람을 마구잡이로 불러서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잔인한 수사 행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또 "수사 시작 전 피의사실이 유출돼 언론에 공개돼 매일매일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는 행태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일주일 동안 말할 수 없는 명예훼손과 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왜 검찰 수사를 하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번 살다 죽는 목숨이다. 권불 5년이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할 때는 감정이 격해져 비장함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자신을 향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적극 반박했는데요, '이정근 녹취록'에 대해선 신빙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했고요, 검찰이 자신의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을 통한 개인적 자금 조달 의혹을 수사하는 것을 두고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며 "먹사연 회원이자 고문으로서 회비와 후원금을 냈지, 한 푼도 먹사연의 돈을 쓴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송 전 대표 이전에도 정치인들이 당당한 모습이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면서 검찰에 자진 출석한 사례가 있습니다. 2003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2019년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출석했습니다.

자진 출석 자체보다 본질적인 내용, 즉 의혹의 실체가 중요할 텐데요,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입니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현재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 속도가 조금 더디고, 주변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물어볼 것 있으면 나에게 정확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하는 본인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습니다.

송 최고위원은 민주당 기본 입장이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송 전 대표 의지를 평가하면서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는 거리를 두는 입장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정치 쇼', '꼼수', '수사 방해' 등으로 규정하면서 파상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어떤 범죄 피해자도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못 정하는데 이는 특권의식의 발로"라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검찰이 소환통보를 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일정을 검찰에 통보하며 황제 출석한 이재명 당대표와 닮은 꼴"이라며 "민주당 당대표 클래스가 되기 위한 제1조건이 법 위의 군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은 감히 엄두조차 못 낼 수사특권"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출두쇼’를 넘어선 송영길 전 대표의 ‘수사불복, 수사방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함의 극치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는데요, "피의자가 검찰을 향해 ‘인격살인’, ‘먼지털이식 수사’ 운운했으니, 이쯤되면 ‘출두쇼’를 넘어 수사에 대한 사실상의 불복선언이자 방해행위"라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자진 출석을 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리지만, 불필요한 논쟁보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