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의원은 단상에 올랐습니다. 당론에 반기를 들고 찬성 토론자로 나선 겁니다. 최 의원은 먼저 38년 경력의 간호사 출신이라는 점, 간호법을 발의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저는 38년간 의료현장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들께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자 간호법을 발의했습니다"면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찬성 토론 중반부터 감정이 북받친 듯 목소리가 떨리면서 울먹였습니다. "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간호사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10시간 동안 수술 못 했고 대구에서 10대 학생은 의료기관 찾아 헤매다 심정지로 삶을 마감했다", "의사수 부족으로 현장에서는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 전가되고 간호 업무가 간병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전했습니다.

또 "간호법은 초고령사회 노인과 장애인 등 국민의 존엄한 생명을 돌보기 위한 약자를 위한 법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민생 법안”이라면서 간호법 제정을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방청석에 있던 대한간호협회 회원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최 의원의 찬성 토론이 끝난 뒤 표결이 이뤄졌는데요, 재적의원 181명 중 찬성 179표, 반대 0표, 기권 2표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찬성 179표 가운데는 국민의힘 의원이 두 명 있는데요, 찬성 토론자로 나선 최연숙 의원 외에도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겁니다. 

김예지 의원은 어머니가 간호사인데요, KBS 기자와 인터뷰에서 "법안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히 읽어봤지만 '지역 사회'라는 말이 들어 있다고 해서 간호사가 단독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다",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 당론이 아닌 민의를 대변했다"고 찬성표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기권 2표가 민주당 이탈표라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신현영 의원과 3선 중진의 이원욱 의원이 당의 방침과 달리 기권 투표를 한 겁니다. 

신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서 의사단체들이 반대하는 간호법 제정안에 찬성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등 의사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죠. 이원욱 의원이 기권표를 던진 건 더 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데일리' 보도를 보면 이 의원은 “‘지역사회’ 문구 등을 놓고 갈등이 심한데 그냥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게 맞는지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민주당이 주도한 간호법 제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표결 과정에서 소수에 불과하지만 당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의원들이 있었던 겁니다. 

간호법 제정을 이끈 최연숙 의원은 간호사 출신 비례대표인데요, 국회 입성할 때 소속 정당이 국민의당이었지만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하며 당적도 바뀌었습니다. 스스로 소개한 대로 '간호·조산법안'을 대표발의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간호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을 해온 만큼 당론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소신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간호법 통과 뒤 간호협회 회원들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을 보면 최 의원의 입장을 알 수 있죠.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거대 야당이 통과시키기로 한 마당에, 굳이 당론에 반하는 토론과 표결을 할 필요까지 있었냐는 거죠. 

하지만 당 차원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최 의원에 대해 "특수성이 있다"고 했는데요, 간호사 직역의 대표성을 띠고 비례대표로 선출된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수성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당의 입장을 정하긴 했지만, 개인 소신에 따라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정치적인 책임을 스스로가 지겠다는 각오로 그렇게 행동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의 입장에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 책임있게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