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중국에서 정치적 만남은 거의 없고, 철저히 문화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방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정 의원은 "중국인들의 한국행 단체관광 규제, 기업인들의 장기 비자를 중국 측이 잘 내주지 않는 문제, 게임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푸는 것(중국 당국이 한국 게임 서비스를 허가해주는 것) 등 한중간 문화교류 문제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도종환 방중단장도 "지금 한국 드라마, 출판물, 게임 등이 (정상적인 대중국 수출이) 안 되고 있다. 서로 공연하러 오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방중단은 오늘(15일) 뤄수강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교육과학문화보건위원회 주임위원(장관급)을 만나고,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주최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내일은 티베트로 이동해 현지 당국자들과 교류한 뒤 18일 귀국하는 일정입니다.

중국 정부 초청에 따른 방문으로 비용은 모두 중국 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12일 중국을 방문한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의원 등 5명은 3박4일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들의 방중은 비공개로 진행되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어제(14일)서야 알려졌습니다. 뒤늦게 방중 사실이 공개되면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방중 의원들이 성명도 내고 라디오에 전화 연결도 하는 등 공개적으로 방중 활동을 알리고 있습니다. 

긴급하게 베이징 특파원단과 간담회도 했는데요, 의원들은 외교부와 중국 대사관에도 알렸다면서 쉬쉬하고 온 것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태년 의원은 "방중을 요란하게 알리지 않은 이유는 한국 정치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정쟁에 휘말리고 본래 하려고 했던 일에 집중하지 못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싱하이밍 대사 '내정 간섭' 논란이 정쟁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거죠.

의원들은 방문 성과도 설명했는데요, 특히 중국 측이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를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홍익표 의원은 "중국 외교부에서 전향적 검토를 약속했다",  "확답은 아니지만 관계 부처와 적극성을 가지고 논의하겠다고 담당자가 말했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김태년 의원은 싱 대사 발언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중국 방문이 적절하냐는 논란에 대해 질문받자 "이런 와중이기 때문에 더더욱 방중해서 더 많이 만나고, 더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15일) 출국한 박정 의원의 말과 비슷합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중국 방문을 두고 '뇌물 외유', '원정 조공', '외교적 자충수' 등의 표현을 쓰면서 이틀째 비판에 나섰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방중인데 비용을 중국이 낸다고 한다. 뇌물 외유가 아닐 수 없다."고 중국 측의 비용 부담을 문제삼았습니다. "외교 참사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습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금은 시기적으로나 명분으로나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방에서 굴욕외교를 펼치더니 이제는 중국까지 건너가 굴욕외교를 펼칠 것인가"라며 "말이 문화교류이지 실제로는 싱 대사의 관저에서 있었던 자해 만찬의 연장선이 되기 십상"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김예령 대변인은 <민주당의 '중국몽', 헛꿈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저런 이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으니 중국이 대한민국을 하대하고 북핵 억제 골든타임도 놓친 것 아닌가"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의 비판에는 중국의 전략에 민주당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데요, '통야봉여(通野封與·야당과 대화하고 여당은 상대하지 않는다)' 전략, 또는 '여야 갈라치기' 전략에 이용당해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기회만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이죠.

민주당 일각에서도 굳이 지금과 같은 민감하고 여론도 좋지 않은 시기에 의원들이 방중 외교에 나서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습니다. 비판받을 빌미만 주는 것 아니냐는 거죠.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싱하이밍 발언 논란과 한중 관계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듯합니다. 중국 방문길에 오른 의원들이 '싱하이밍 대사 발언은 부적절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만나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때마침 오늘이 '6·15 남북정상회담 23주년'이었는데요,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지역 안정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현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이 대표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 논란과 관련해 많은 공격을 받고 있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명확하게 밝힌 겁니다. 민주당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중국과 경색된 관계를 유지할 때 양국간 소통하는 게 야당의 역할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여야가 한중관계 발전이라는 명분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싱하이밍 발언 국면에서 대처하는 방식은 180도 다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