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김 위원장은 노인 비하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면서 사과할 일도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런 김 위원장을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두둔했는데요, 김은경 위원장 해명이 맞다는 거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노인 비하 발언이 나왔다면서 국민의힘이 맹공격에 나섰습니다.

'노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발언은 그제(30일) 20·30세대 청년들과 좌담회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좌담회는 청년들로부터 정치와 당의 혁신 방향을 듣기 위해 혁신위가 마련한 자리였죠.

김 위원장은 좌담회를 시작하면서 아들과 과거 대화 내용을 소개했는데요, "둘째 애가 22살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일 때 이런 질문을 했다.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다"라며 아들의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이어 "자기(아들)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부터 평균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 여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생이 보기엔) 그 말은 합리적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말한 뒤에 아들의 아이디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용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로 선거권이 있어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그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지었다"고 마무리했습니다. 좀 길지만 논란이 되는 발언을 소개합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노인 비하 논란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혁신위는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혁신위의 윤형중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여명 비례투표'라는 아이디어를 접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고,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김남희 대변인도 "(김 위원장 발언은) 청년 세대의 정치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은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혁신위는 어제(31일)도 입장문을 냈는데요, "김 위원장은 좌담회에서 아들이 중학생 시절에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 녹취록을 봐도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런 아이디어가 수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민주당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요, "무지한 건지 아니면 인식이 아주 깊게 잘못된 건지 참 너무 황당하다"(이상민 의원), "(김 위원장 발언에) 정말 귀를 의심했다.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도와주러 오신 분이 맞나"(조응천 의원)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면에 양이원영 의원은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맞는 얘기"라면서 적극적으로 두둔했습니다. 양이 의원은 SNS에서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미래에 더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그러니 정치가 싫어도, 일부 언론과 일부 정치권이 끊임없이 정치혐오를 불러일으켜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이 의원의 SNS 글은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강조하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또 노인 비하'라는 지적이 국민의힘 쪽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 '미래에 더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등의 표현을 문제삼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김은경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요, 김기현 대표는 SNS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민주당의 노인무시·노인비하 DNA의 화룡점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의 '현대판 고려장' 노인 폄훼 발언을 규탄한다"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양이원영 의원이 김 위원장을 감싸고 나서자 '불난 집에 기름 부었다', '망언에 망언을 더한다', '어르신 폄훼 2차 가해다'라면서 공세의 수위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SNS에 '망언에 망언을 더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요, "이제는 '더불어망언당'인가, '미래 짧은 분'이란 노인폄하 망언을 두둔하려다 '지금 투표하는 이들,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다'는 망언이 보태졌다"고 비판했습니다.

황규환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온갖 성추문이 터질 때마다 가해자를 두둔하며 '2차 가해'에 나섰던 민주당이, 이제는 하다 하다 '어르신 폄훼'에도 2차 가해를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은경 위원장의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6월 혁신위원장이 된 직후 송영길 전 대표가 연루돼 있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해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는데요, 비판에 직면하자 "돈봉투 사건이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뒤늦게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16일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는데요, "마녀사냥식 발언"이라는 친이낙연계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당 통합과 쇄신의 주축이 돼야 할 혁신위원장이 오히려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로 학력 저하를 겪은 학생'에 비유하며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이다.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가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조응천 의원은 "방송 좀 안 나오시거나 말씀을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혁신위가 추진하는 혁신 과정도) 절대 좋은 평가 못 받는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양이원영 의원의 김 위원장 두둔 발언과 혁신위의 사과 거부로 노인 비하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은경 위원장에 대한 당 안팎의 공세도 커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