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얼룩졌던 잼버리 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정부가 곧 책임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에 나설 태세인데요, 진상조사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가열되더니 부산 엑스포 발언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민주당 의원이 "부산 엑스포 물 건너갔다"고 하자 국민의힘이 '망언'이라며 발끈하고 있죠. "전라북도 책임"과 "중앙정부 책임"이라는 두 개의 책임론이 맞붙으면서 생긴 파생적인 공방입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와 관련한 논쟁의 발단은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발언이었습니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제(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 책임을 강조하면서 "부산 엑스포 유치는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런 참사가 있었는데 어떤 나라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엑스포 유치) 표를 주겠느냐"는 겁니다. 

함께 출연했던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부산 엑스포도 물 건너갔다고 표현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함께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긴 있는 겁니까?"라면서 반박했는데요,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에서 김한규 원내대변인을 공격하면서 정치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내대변인의 발언을 '망언'이라면서 공격했는데요, "(김 원내대변인의) 망언은 얼마나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해 나라가 잘 안 되길 바라는지 그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뿐 아니라 부산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도 발끈했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초치는 더불당'이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렸는데요, "부산뿐 아니라 온 대한민국이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일에 초를 쳐도 유분수지, 이게 제1야당 대변인이 할 말인가?"라고 쏘아붙였습니다.

민주당과 김 원내대변인이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 (원내)대변인이라는 자가 한낱 세 치 혀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모든 피와 땀을 모욕했다", "자격 없는 자의 책임없는 망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한규 원내대변인의 공개 사과와 대변인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엑스포가 유치될 경우 행사장이 만들어질 부산 동구도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부산 엑스포 유치에 부정적인 정치인들을 규탄하면서 "엑스포를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의 파상공세에 김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즉각 반박했습니다. "부산 엑스포 얘기로 말꼬리 잡지 마십시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이를 유치하지 못하면 이번 잼버리 행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입니다"라면서 '정부 책임론'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발언 논란을 거슬러 올라가면 잼버리 책임 공방이 있습니다. 잼버리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게 누구 책임인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큰 쟁점이 형성됐는데요, '전라북도 책임론'과 '중앙정부 책임론'의 대립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전북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중앙정부 책임론'으로 맞서고 있죠. 김한규 원내대변인이 '부산 엑스포 물 건너갔다'고 한 것도 중앙정부 책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라북도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늘(11일)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근본적으로 국제행사를 유치한 지방자치단체가 행사 준비는 뒷전으로 하고,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를 강조하다 일이 잘못되면 중앙정부를 공격하는 정치권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도 어제(10일) "잼버리를 주도한 역대 전북지사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챙겨볼 것"이라면서 대회 폐막 이후 전라북도에 대한 감찰 등을 예고했습니다.

여권은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미끼로 국가예산을 뜯어냈다', '대회 유치와 운영을 주도한 전북도가 파행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경북 지역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전라북도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관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며 "이런 예산이 합치면 1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민주당은 중앙정부 책임이라면서 국정조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뒤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전북도와 여성가족부에 책임 전가를 시도하는데, 이 대회가 도 행사가 아니라 세계적, 국가적 행사"라며 "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모두 포함하는 국정조사를 제안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가장 무능한 3인방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이를 총괄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궁극적으로 명예 조직위원장인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라고도 전했습니다.

여론은 정부 책임론에 동조하는 의견이 많은 듯합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7일부터 어제(10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 책임이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 중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0.2%는 "윤석열 정부"라고 답했습니다. "문재인정부"라는 응답자는 31.2%였습니다.

여권은 1차적 책임이 전라북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범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전라북도뿐 아니라 중앙부처, 특히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점이 파행의 원인으로 많이 지목되고 있는데요, 대회 공동조직위원장 5명 가운데 장관을 3명(김현숙 여성가족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두다 보니 어느 부처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어정쩡한 구조가 됐다는 겁니다.

공동조직위원장이 많아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됐으니 '소는 누가 키우나?'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합니다.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구조에서 실무진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운영했을지는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