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에서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한 일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겨냥한 거죠.

박진 외교부 장관도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요, 조총련에 대해 "북한의 대리기관이고, 북한의 주일대표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렇기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조총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국민의힘은 윤미향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윤 의원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뒤 기자들에게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은 헌법 위반이자 국회법이 정한 의원으로서의 직무 위반"이라며 윤리위가 윤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윤 의원의 과거 소속 정당이었던 민주당도 겨냥했는데요, "더 심각한 문제는 침묵하는 제1야당이다", "민주당이 반국가행태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면 의원직 제명 등 조치에 협조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윤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을 잃었다.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 강도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을 향해 '침묵은 암묵적 동의'라는 식으로 민주당을 몰아붙이고 있는 겁니다.

윤미향 의원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요, 매우 난감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의원은 SNS에서 '시민사회 중심의 행사에 참석했고, 조총련은 참가단체일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죠.

지난 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가 있는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는 대지진 발생 100주년을 맞아 여러 단체의 추모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윤 의원은 주일 한국대사관과 재외동포청이 후원한 민단의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는 불참했습니다. 게다가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일본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주일 한국대사관의 차량 지원까지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대사관의 지원을 받으며 일본에 도착한 대한민국 의원이 정작 우리측이 주도한 추도식에 불참하고, 조총련이 주최한 추모식에는 참석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은 담화문을 내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조총련)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윤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조총련은 추모식에서 한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으로 부르며 비난했음에도 (윤 의원은) 묵인했다", "우리 당국은 (윤 의원이) 반국가적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윤 의원 논란은 최근 정치권의 '이념 전쟁'에 기름을 끼얹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이념 전쟁'의 연장선에서 불을 지피려는 움직임이 역력하기 때문이죠.

민주당도 입장이 난처해졌는데요,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 의원이 올해 초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배임 혐의 등과 관련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윤 의원 복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무소속 의원이라서 당이 입장을 낼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죠.

민주당의 이런 입장에는 '이념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경계심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