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사와 남편의 말을 들어 보면 갑질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만한데요, 악성 민원에 시달린 지 4년이 됐다고 합니다. 

특히 2019년 말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뒤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합니다.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당시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요, A 교사가 가해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자 가해 학생 학부모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하고 A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교사의 남편은 "(학부모의) 고소 이유가 정서적 아동학대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송을 당하면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있을 줄 알았지만 학교, 교육청 어느 곳도 도와주지 않았다. 1년간 직접 변호사를 찾으며 아내 혼자 대응했고, 도와준 건 동료 선생님들 뿐이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A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났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교사 남편은 숨진 아내가 서이초 사건 이후 유독 더 힘들어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죠. 

"아동학대 고소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학교도 옮겨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다 서이초 선생님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서는 굉장히 슬퍼하고 매우 분노했었다"고 남편이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품고 교권 관련 집회에 자주 참석해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더 낙담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교직사회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도 갑질 학부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갑질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업장 두 곳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학부모 민원 등 학교 현장의 문제와 관련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4명이나 됩니다. 경기 용인시의 고등학교 교사,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시의 초등학교 교사에 이어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교단이 '집단 트라우마', '집단 우울증' 상태라는 진단이 있는데요, 또 극단 선택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단은 다시 무겁고 비통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전교조가 녹색병원과 함께 최근 선생님들의 마음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사의 16%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교사 6명 중 1명에 해당하는 비율인데요, 지금의 '집단 트라우마' 상태를 방치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생님이 잇따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죠. 

전교조는 오늘(8일) 성명을 냈는데요, "대한민국의 50만 교원은 현재 집단적 상처를 안고 있다. 개인의 능력과 책임으로 감당해야 했던 일들이 이제야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정부와 교육 당국, 그리고 국회에 특단의 대책을 호소했습니다.

또  "50만 교원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에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전수조사 및 구체적인 치유대책을 지금 당장 시급하게 마련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대전교사노조는 오는 11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고 학부모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교권 보호를 위한 4대 법안(교원지원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어제(7일) 논의는 됐지만 여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의 경우, 교권침해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필요성이 있다면서 찬성하고 있지만 야당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이후 학교폭력이 줄지 않았고, 학생부 기재를 막기 위한 '소송전'으로 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6개 교원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야가 관련 입법을 21일 국회 본회의까지 완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부와 여야의 입법 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정부와 여야가 절박한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때 분노는 다시 폭발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대전에서 숨진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무너진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울분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