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중징계 대사면 건의' 결정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건 홍준표 대구시장입니다.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대사면'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연일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죠.

홍 시장은 오늘(30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났는데요, '사면'이라는 용어부터 적절치 않다며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사면이란 건 죄지은 자를 용서해주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당에 무슨 대통령이 있느냐", "단순히 징계 취소하면 될 걸, 왜 사면이란 용어를 쓰나?"는 게 홍 시장의 생각인데요, "어떻게 기자 여러분도 상식적으로 그걸 갖다가 그대로 받아쓰나?"며 기자들에게도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당의 징계 취소 처분이 결정된다면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거기에 관심도 없고 거기에 연연하지도 않는다"며 퉁명스럽게 답변했습니다.

아침에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거친 말로 비판한 데 대해서는 "애들하고 싸우지 않는다"고 응수했습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홍 시장의 별명인 '홍카콜라'를 비꼬아 '쉰카콜라'라고 지칭하며 "자중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페이스북 글에서 '내년 총선 후 새로운 세력과 다시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 탈당을 시사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참 불쾌한 질문"이라며 "이 당을 30년 지켜온 사람이다. (지지율) 4%밖에 안 되는 정당을 되살린 사람이다.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그런 지류 지천의 실개천이 아니고 나는 본류"라고 일축했습니다. 자신이 '본류'임을 강조하면서, 자부심도 드러낸 겁니다.

이 전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만약에 인요한 위원장이 '만납시다'라고 연락이 오면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저는 잘못한 것도 없고, 이분이 저를 만나야 될 이유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이준석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페널티를 받든지, 아니면 적어도 (김기현) 당대표가 준엄하게 꾸짖든지 그런 식으로 당내 분위기가 정리돼야 되는 것"이라며 그러한 조건 하에서라면 인요한 혁신위원장 만남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공개로 만나자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 건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거기는 본체(윤 대통령)가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홍 시장은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았는데요, 정지 기간은 내년 5월까지입니다.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거듭된 공개 비난 등을 사유로 1년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는데요, 정지 기간은 내년 1월까지입니다.

두 사람 외에 김재원 최고위원도 대사면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혁신위 의결에 앞서 당 지도부는 홍준표 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의 '대사면' 반발에 대해 "당시 윤리위 징계 결정을 다시 돌아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의 '쉰카콜라' 발언도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일부 댓글을 보니 '홍카콜라인 줄 알았더니 쉰카콜라구나'라는 글이 있었다"라며 "당이 어렵고 힘든 상황인데 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감안하고 해줬으면 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뱉어내듯 쏟아내는 건 자중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준석 전 대표에게도 쓴소리를 했는데요, "반수생이 다시 시험을 봐서 다른 학교로 갈지, 지금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지난 학기에 교수가 평점을 안 줬다거나, 조교가 학사 지도를 잘 안 해줬다고 불평하는 듯한 느낌이다. 큰 걸 정리해놓고 나머지 것들을 이야기하는 게 옳지 않나"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탈당이나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비판을 계속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는 지적으로 풀이됩니다.

홍준표 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혁신위 '대사면'에 대해 공동 반발하는 등 보조를 맞추는 모습인데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서로를 각별히 챙기며 '케미'를 과시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 시장은 경쟁자였던 윤석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힘겨루기를 할 때마다 이 전 대표 편을 들어주며 챙겼고, 홍 시장이 대선 경선에서 패배 후 칩거에 들어갔을 때 이 전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홍 사태를 거치며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는 듯했습니다. 홍 시장은 "정치판에는 표현의 자유도 있지만 징계의 자유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 전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반전의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대구치맥축제에서 두 사람이 오랜만에 회동한 겁니다. 이후 이 전 대표의 대구행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 관계가 바로 회복된 건 아닌데요, 홍준표 시장은 '대구 치맥 회동' 이후에도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옹호·비판 메시지를 내며 사안별로 의견이 일치하기도,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KBS라디오 '배종찬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홍 시장이 '친이준석'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원래부터 (홍 시장은) 뒤끝이 없는 분이다", "그분이 버럭할 때 제가 전화 드리면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주시고, 그런 관계로서 문제없이 지낸다"고 홍 시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변덕스러운 듯하지만, 정부와 여당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최근에는 관계가 돈독해지는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