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청조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는데요, 법정에 가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전 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이 참 다양했는데요, 이번 사건이 그만큼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기 때문이죠.

전 씨 입장에 대해 변호인들이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변호인들은 "(전 씨가) 본인의 사기 범행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억울하다'고 하는 부분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남현희 씨와의 공모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전 씨 측은 이 부분 수사에도 남현희 씨가 요구하는 대질 신문에 응하는 등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사기 피해자 수는 15명으로 피해 규모는 19억 원을 넘습니다. 수사 경과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Ok. 그럼 Next time에 놀러 갈게요. Wife한테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ok 했어서 물어봤어요. But you friend랑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에요(맞춤법상은 신뢰예요)"라는 전 씨의 문자 메시지가 얼마 전 공개됐는데요, 영어와 한국어가 문법에 맞지 않게 섞인 엉터리 문장이죠.

미국에서 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어를 잘 못하는 것처럼 보이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기 피해자에게 접근할 때 쓴 메시지라고 합니다. 

이 보도 이후 'I am~에요'를 패러디한 문장이 넘쳐났는데요, '청조체' 등으로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밈(meme·인터넷 유행어)'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어제(2일) SNS에 전청조 씨의 화법을 따라하며 "I am 신뢰. I am 공정. I am 상식. I am 법치. I am 정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글은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우선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에서 공정과 법치 등을 언급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또 다른 비판은 법무장관 출신이 사기 범죄 피의자의 범행용 화법을 패러디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조 전 장관은 약 4시간 뒤 글을 수정했는데요, "누가 떠오르나요?"라는 문장을 마지막에 추가한 겁니다.

원문을 다시 볼까요. "I am 신뢰. I am 공정. I am 상식. I am 법치. I am 정의"라는 글의 주어가 조국 전 장관으로 읽히는데요, "누가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을 추가하면 자신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표현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공정과 상식, 법치, 정의라는 말을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사용했던 만큼, 조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윤 대통령을 희화화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매우 선정적인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성별 논란과 재벌 3세 사칭, 벤틀리 등 '억' 소리 나는 선물 공세 등 자극적인 내용들이 무수히 등장합니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와 이런 소재가 엮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전청조의 엉터리 문장들이 나왔는데요, 엉터리 문장으로 사기쳤다는 점 때문에 전 씨를 조롱하고 풍자하기 위해 패러디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뉴스를 통해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하고, 다시 레거시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방식을 거치면서 '밈 현상'은 몸집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전청조 패리더가 확대 재생산된 거죠.

하지만, 그런 뉴스 홍수와 패러디 열풍에서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 이번 사건은 '사기 범죄'이고 많은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피해 규모만 봐도 피해자 1명이 1억 넘는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사기 치려고 쓴 문장들을 변형해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청조 패러디 열풍을 좋게만 볼 수 없는 이유죠.

특히, 사회 지도층이나 기업에서 범죄 피의자의 언어를 따라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패러디에 가려진 사회 문제를 놓칠 수 있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