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의 중앙위원회를 열었는데요, 두 가지 당헌 개정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전당대회 룰'과 '공천 룰'을 바꾸는 건데요, ▲ 전당대회 때 대의원 표 반영 비율 낮추는 대신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 높이고 ▲ 국회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를 받은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먼저 이재명 대표가 모두 발언을 통해 당헌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당원 민주주의와 당 민주화 측면에서 당원들의 의사가 당에 많이 반영되는 민주 정당으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후 자유토론이 있었는데요, 이 대표의 '민주 정당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들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나왔습니다. 

'원칙과 상식' 소속인 이원욱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높이고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줄이는 것과 관련해 '나치를 닮아간다'고 비판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가 정치권력과 결합할 때, 포퓰리즘과 정치권력의 결합이 되고 독재 권력이 된다는 것을 최근 경험으로도 봤다. 나치 그리고 정당에서도 봤다"면서 "우리가 지금 가려고 하는 꼴은 바로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좌중에서는 '너무 심하다'는 반발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김은경 혁신위 제안 가운데 이재명 체제를 강화하는 제안만 당 지도부가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걸 신랄하게 지적한 겁니다.

홍 의원은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를 겨냥한 공격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얘기를 꺼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살아있는 권력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들면서 싸우는 것을 보시라"면서 민주당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지역위원회에 와서 플래카드 펼치고 '죽여버리겠다, 당에서 나가라' 이런 당"이라고 민주당의 비민주성을 비판했습니다. 

비명계의 반대 속에도 당헌 개정안은 가결됐는데요, 표결 결과 찬성이 67.55%로 반대 32.45%를 크게 앞섰습니다.

비명계는 당헌 개정에 왜 반발할까요. 우선 '전당대회 룰'은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의 반영 비율이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변경됐는데요, 권리당원의 표 비중이 3배 이상 높아지게 됩니다.

그간 친명(친이재명)계와 강성 당원들은 '표 등가성' 차원에서 권리당원의 표 비중 확대 등을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비명(비이재명)계는 당권파의 헤게모니 확대라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대다수인 권리당원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기 위한 당 지도부의 포석으로 보고 있는데요, 친명(친이재명)계가 차기 당 대표까지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년 8월 전당대회나 돼야 적용하게 될 당헌을 미리 건드려 분란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명계는 당내 평가가 좋지 않은 현역 의원의 감산 비율을 늘리는 것도 비명계를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공천에서 친명계를 유리하게 하고 비명계를 불리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총선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당헌 개정이 이뤄져 계파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7일) 개정된 두 안건은 모두 김은경 혁신위원회에서 논의가 촉발됐는데요, 지난 8월 혁신위는 전당대회 본경선에서 대의원 반영 비율을 없애고 권리당원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만 당대표를 선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김은경 혁신위는 또 현역 의원 하위 30%까지 감산하고, 특히 하위 10%에 대해선 감산 비율을 40%로 적용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두 사안은 당시에도 계파 갈등이 첨예했던 사안인데요, 당초 안에 비해서는 대폭 완화되긴 했지만 당 지도부가 친이재명 체제를 강화하는 혁신안은 수용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홍영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현신위 1호 안건이었던 '불체포 특권 포기'는 이재명 대표가 지키지 않았습니다.    

당권 강화를 위한 '선택적 혁신', '혁신안 선택적 수용' 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민의힘이 역대 최악의 혁신위라고 손가락질했었는데요, 그런 국민의힘도 똑같은 상황이 됐습니다. 인요한 혁신위가 집안싸움을 벌이고 변죽만 울리다 42일 만에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죠. 게다가 혁신위 이후 당대표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상황도 비슷합니다.

당대표들이 혁신위 핵심 요구를 외면하고, 당권을 강화할 수 있는 요구는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정치 현실에서 '혁신위'의 한계는 분명해 보입니다. 혁신위를 띄울 때는 '전권을 준다'고 하지만 정치적 화법일 뿐이라는 걸 두 혁신위의 실패 사례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