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권익위원장의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의 '성장 스토리'부터 설명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에 소년 가장으로 농사일을 하면서도 세 동생의 생계와 진학을 홀로 책임지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후 법조인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겁니다.

김 후보자는 어머니를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고등학교 때 여의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교장 선생님의 아들을 가르치기도 했다는데요, 그때 교장 선생님 아들이 유명한 요리사업가 백종원 씨라고 합니다. 

김 후보자는 197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동생들 뒷바라지하다 1975년에서야 장학생으로 충남대 법대에 입학한 뒤 사법시험까지 합격했습니다. 충남대 출신 첫 사법고시 합격자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난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인 셈입니다. 

검사가 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하며 이른바 '특수통'으로 활약했는데요, 중수부장 시절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직속 상관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대기 실장은 "김홍일 후보자는 업무 능력,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감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방통위원장 지명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 브리핑장을 찾은 김홍일 후보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사랑받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통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말했습니다.

"방송·통신 관련 커리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특수통 검사가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말이냐?", "검찰 수사하듯 방통위원회를 방송장악에 앞세우겠다는 대통령의 선포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도 "'언론 장악 기술자'가 실패하자 이번엔 특수통 검사로 '방송 장악 돌격대' 삼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의당도 강은미 원내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저주한 대로 '제2의 이동관'이 끝내 나타났다"면서 "김 후보자 지명은 제2의 '이동관 탄핵'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언론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는데요, 전국언론노조는 "언론장악 기술자도 모자라 이젠 언론말살 칼잡이인가",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인사가 가능하다는 말인가"라면서 격하게 성토했습니다.

김홍일 후보자를 지명한 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물러난 지 닷새 만입니다. 방통위원장 지명에 속도를 낸 건 방통위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인사권자께서 방통위를 한시라도 비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방통위 기능을 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문회 절차를 고려하더라도 이르면 연내 김 후보자 취임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정쟁의 요소를 빼더라도 김 후보자가 방송과 통신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 검찰 공화국이라는 프레임을 더 강화시키는 인사라는 점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방통위 업무가 규제 업무도 많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나 시장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정책적 업무가 많아 방통위 수장의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언론계 경력이 전혀 없는 전임자로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 방통위원장을 지낸 판사 출신 최성준 전 위원장이 유일하지만, 최 전 위원장도 정보법학회장을 지내는 등 통신법 관련 활동 경험은 있었다고 합니다.   

한상혁 전 위원장도 변호사 출신이긴 하지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습니다.

검찰 공화국 비판과 관련해서는 김 후보자가 특수 검사 출신인데다, 권익위원장 취임 불과 5개월 만에 자리를 옮기는 '측근 돌려막기'까지 더해져 비판 수위가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방통위원장 지명 발표 직전 SNS를 통해 "재고해 달라"고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훌륭한 분임은 분명하지만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적합하신 분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여권에도 이런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