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인선 기준과 적임자를 논의하는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는데요, 의원들이 전한 내용과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해 의원총회 상황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북한에서 김주애를 ‘샛별 여장군’이라고 했는데, 오늘 우리 당에서 새로운 김주애를 올리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는데요, 한 장관과 지 의원을 동시에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웅 의원의 쓴소리는 이뿐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대통령 인기 없는 마당에 한동훈 장관 세우는 건 다 죽자는 거다", "한동훈 장관 세우는 건 대통령 아바타 세우는 것이다", "당 다 망가지게 생겼는데 이러다가 100석 이하로 가서 대통령 탄핵당하는 꼴 보고 싶냐?"는 말을 했다고 의원총회 참석했던 의원들이 전했습니다.

이 의원은 자리에서 "여기서 탄핵이라는 단어를 왜 언급하나"며 항의했고, 이에 대해 김웅 의원이 "나야말로 탄핵이 제일 안 됐으면 하고 제일 바라는 사람이다. 좀 들어보라"고 맞받는 등 고성이 오가며 회의장 분위기가 싸늘했다고 참가자들이 전했습니다.

결국 윤재옥 원내대표가 "특정인을 옹립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의원들의 의사를 다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너무 단정적으로 얘기 말라"는 취지로 말하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고 합니다.

김웅 의원과 이용 의원의 설전은 친윤계와 비윤계의 입장차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친윤계 의원들은 한동훈 장관이 인지도가 높고 참신하다는 점 등을 들어 비대위원장으로 밀고 있죠. 하지만 비윤계는 현실 정치 경험이 없는 점, 대통령 최측근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모양새가 좋지 않게 비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한 장관 비대위원장 논의와 관련해 "'참신하고 지지도가 높으니까 하자'는 의견과 '아직 검증이 안 됐다'는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했습니다.

의원총회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거론됐다고 합니다.

4선 중진 김학용 의원이 원희룡 장관을 공개적으로 추천했다고 하는데요, "수도권에서 승리하려면 (비대위원장에) 한 장관은 안 된다"면서 원 장관을 밀었다고 합니다.

이용호 의원은 "이기는 비대위를 만들려면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 선거를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고 선거를 치러본 사람이 와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요, 김한길 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비윤계 중진들은 새로운 얼굴보다 원 장관이나 김 위원장처럼 현실 정치의 경험이 풍부한 비대위원장을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규 의원은 총회장을 나오면서 조금 색다른 주장을 폈는데요, 이른바 '잠룡'들이 연합한 '어벤저스'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의총에서는 당정 관계를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분출했습니다. 

"용산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비대위를 이끌어야 한다", "수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그동안 당이 대통령실의 직속기관 같다는 인식을 줬다"면서 김기현 체제의 당정 관계를 비판한 겁니다. 

친이준석계 허은아 의원은 SNS에 의원총회 발언 내용을 올렸는데요, "응답 없는 벽에다가 머리를 박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다 같이 용산 가야 한다", "배지라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보이자"고 주장했습니다.

"민심이 바라는 건 대통령님의 획기적인 변화인데, 어떤 말을 해도 현실성이 없어 보일 것 같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의 변화를 위해 나서자고 촉구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