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의 조응천 의원이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했는데요, "이재명 대표에게 하루의 시간이 남았다"며 "그 시간에 우리 요구에 답을 주지 않으면 (국회 기자회견 공간인) 소통관에 설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소통관에 선다는 건 탈당 기자회견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 의원 등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 비대위원회 전환 등을 요구해왔는데요, 탈당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린 겁니다.

탈당은 조 의원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이원욱·김종민·윤영찬 의원 등 '원칙과 상식' 4인방이 어제(8일) 정리한 입장이라고 합니다. 

비명계 4인방은 애초 거취 잔류·탈당·총선 불출마·신당 합류 등 '사지선다' 선택지를 두고 고심했는데요, 지난 2일 이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이 터지면서 한동안 거취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모레(11일)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을 하겠다고 천명하자 비명계 4인방도 거취를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4인방은 이 전 대표보다 하루 앞서 '선도 탈당'을 한 다음 이 전 대표 신당 쪽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라디오 출연 뒤에 조응천 의원은 자신의 저서 <무엇과 싸울 것인가>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강성 팬덤 단합'만이 살 길이 됐다. (이 상황은 마치) 동료 학생을 매일 옥상으로 가서 돈을 삥뜯고는(빼앗고는) '우리 친구지? 친하게 지내자'하는 '일진'과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라고 민주당의 현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동료 의원 여러 명이 축사에 나섰는데요, 출판 축하와 함께 조 의원 탈당을 만류하는 발언도 잇따라 나왔습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나(조응천)같은 사람 필요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 답을 달라고 (조 의원이) 말한 것과 관련해 저는 '민주당이 당연히 (조 의원을)필요로 한다'고 답을 할 것"이라면서 조 의원의 민주당 잔류를 요청했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영진 의원도 "조 의원은 민주당의 '낭중지추' 역할을 해줬고, 민주당에서 같이 하는 게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소영 의원은 "저는 혹시 모를 (조 의원의) 탈당 결심을 만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있다. 후배들을 버리고 딴생각하면 반드시 발병이 난다. 마음을 돌려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진 의원도 "'원칙과 상식'이 민주당을 나가는 건 민주당이 다 잃는 것"이라고 탈당을 만류했습니다.

조 의원 출판기념회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참석했는데요, 이 전 대표는 "이 국면, 향후에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서 저는 기꺼이 조 의원의 지도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연대 의사를 밝힌 겁니다. 

이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 측의 신당 합류에 대한 기자 질문에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답하면서 4인방의 신당 합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조응천 의원등 비명계 4인방에 대해서는 탈당을 만류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서는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계파가 따로 없습니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는 어떻게 보면 꽃길만 걸어온 분"이라며 "5선 중 4선을 호남에서 했고, 전남지사도 했다. 호남 몫으로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당 대표까지 한 분"이라고 이 전 대표의 정치 이력을 열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분이 그동안 함께한 당원과 지지자를 기득권으로 몰아붙이고 떠난다는데 무슨 명분과 가치를 추구하려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탈당 이유가 이재명 대표가 싫다는 것, 반명(반이재명) 외에 뭐가 있나"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개혁신당(가칭)을 추진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났는데요, 두 사람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탈당해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이낙연 전 대표는 모레(11일)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이 추진하는 신당이 연대를 통해 '빅텐트'를 실현할 수 있느냐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내외를 기록하는 중도층의 지지율을 한 데 모을 수 있다면 정치 구도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도 연대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협력 방식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드러나겠지만 협력해야한다는 원칙은 있다"고 밝혔고,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낙연 전 대표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당을 예고한 '원칙과 상식'의 향후 행보도 '빅텐트'와 직결될 수 있는데요, '원칙과 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은 "빅텐트가 만들어져야 국민이 마음 편하게 기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탈당 후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제3지대를 아우르는 '빅텐트' 플랫폼 정당 구상을 밝혔습니다.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도 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서 '제3지대' 세력화가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손을 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공통의 가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는 당 대표를 하다가 대통령 말 안 듣는다고 쫓겨났으니 창당 명분이 있는데, 이낙연 전 대표는 명분이 없다"면서 '빅텐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3지대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면 잠복했던 변수들이 드러나고 '빅텐트' 성패의 윤곽이 차츰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