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비이재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 두 시간전까지도 의원들은 모임 소속 4인방이 공동으로 탈당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 윤영찬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4인방이 공언한 '공동 행동'에 균열이 생긴 겁니다.

윤 의원은 막판까지 고민하다 탈당 기자회견 직전에 당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탈당한 김종민 의원은 윤 의원이 "최종적으로 오늘(10일) 오전에 저희에게 말했다", "간단하게 입장을 전해 받은 정도다"고 말했습니다. 탈당한 3명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원욱 의원도 "수도 없이 만나며 절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있었는데, 오늘 아침 (윤 의원의 잔류 결정은)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윤영찬 의원은 왜 막판에 마음을 바꿨을까요? 윤 의원은 3인방의 탈당 기자회견 직전 SNS에 글을 올렸는데요, 잔류 결정을 알리면서 직접적인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윤 의원은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지금까지 함께해온 원칙과 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다"면서 미안한 심정부터 적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 그 흔적을 지키고 더 선명하게 닦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민주당 잔류 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윤영찬 의원이 잔류하기로 결정한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공천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추측입니다.

윤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준비하던 친명(친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최근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휘말렸는데요, 이재명 대표가 퇴원하기 전인 어제(9일) 저녁 당 윤리감찰단에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경쟁 상대가 윤리감찰 결과에 따라서는 출마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 그래서 윤 의원이 막판에 생각을 바꾼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 대표가 감찰 지시를 내리기 이전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이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현근택 부원장의 징계 수위 논의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정 의원은 "당직 자격정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하는 내용이 촬영됐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너무 심한 것 아닐까요"라고 묻자 정 의원은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다"고 답변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윤 의원의 잔류 결정을 놓고 다시 설왕설래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공천에 유리해져 잔류하는 것으로 의심하면서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 잔류가 아니라 원칙과 상식의 배신으로 느껴진다"며 "현근택 변호사가 나가면 되는 거였냐, 원칙과 상식의 기준이 공천이었냐고 비판했습니다.

윤 의원으로서는 탈당 예고할 때도 '배신자' 소리 듣더니, 잔류를 선택해도 '배신자'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네요.

민주당에서 윤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많이 감지되고 있는데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가칭)의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천 위원장은 "저희는 연대하더라도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최선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연대에 임하기 기대한다. 그래야만 상호 보완적이고 가치를 상승시키는 형태의 연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오늘의 모습은 다소간 아쉬운 모습이 있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아쉽냐'는 물음에 천 위원장은 "국민들께서 원칙과 상식에 기대하는 모습과 동떨어진 모습 아닐까 생각한다"고만 답했습니다.

천 위원장은 위원장은 "당연히 원칙과 상식 구성원들과 대화의 문을 충분히 열어두고 앞으로 연대를 적극 소통할 생각"이라고 했는데요, 연대를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대의 대상에 윤영찬 의원이 빠진 것을 개혁신당 측에서는 매우 아쉬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영찬 의원은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 국회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좌진이 전했습니다. 당 잔류 결정도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지만, 잔류 이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도 고심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윤 의원의 잔류로 '원칙과 상식'의 탈당 3인방은 단일 대오에 균열이 생겼는데요, 그래도 원래 가려고 했던 길을 멈출 수 없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