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굿뉴스예요"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어제(23일)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연출하자 여권이 안도했는데요,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도 출근길에 '굿 뉴스'라면서 반겼습니다.

총선 패배로 공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 수장이 '선 봉합, 후 출구전략 모색'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갈등의 원인이 됐던 요인들을 어떻게 풀지, 즉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어떻게 대응할지,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는 어떻게 할지 등의 난제가 남아 있는 겁니다.

이 난제를 푸는 과정에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는데요, "갈등이 봉합됐다기보다는 뚜껑만 닫아놓은 상태"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오전에 당 사무처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대학생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출근길에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그동안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한 입장이 변했느냐'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내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했다"고 답했는데요, 거듭된 질문에도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는 않겠다"라며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는 걸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위원장은 대학생 현장 간담회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딱 지난번 했던 말 그대로"라고 밝혔습니다.

한 위원장은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이고, 그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맞지만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라는 입장을 말한 이후 이 질문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렸다"거나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직접 사과를 촉구하며 갈등의 시작점이 됐다고 지목받는 김경율 비대위원이 비대위원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출구 전략'으로 거론되는 것을 두고도 "그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정 충돌의 원인이 됐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나 김경율 비대 위원 거취 문제에 대해 기존의 입장과 변함이 없는 겁니다.

대통령실 역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몰카 공작'이라는 시각이 바뀔 조짐이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고, 이후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에 동승해 긴 대화를 나누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이 연출됐지만, 정작 갈등의 본질을 둘러싼 양측 입장이 달라진 건 없는 겁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못하고 서로 봉합만 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냉소적인 분석을 내놨습니다. 

김웅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이 국면은 한쪽(한동훈)은 배짱이 없는 거고 한쪽(윤석열)은 실탄이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맞서서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할 결기를 갖추지 못했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제압할 당내 세 몰이에 실패했기 때문에 어설픈 봉합이 이뤄졌다고 본 겁니다.

김웅 의원은 그러면서 "둘 다 진 게임이다. 가장 심각한 건 우리 당 문제"라며 "대통령 총선도 지금 어려운 판인데 여사님 총선이 돼 버릴 수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한 위원장이 더 이상 김건희 여사의 사과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봉합이 가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요, 김 여사에게 간접적으로 '센 해법'을 요구했습니다. '사저로 가거나 외국으로 가면 이 국면이 뒤집어진다(역전된다)'는 겁니다.

당정 갈등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도 불씨입니다. 

당초 대통령실은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와 관련한 '사천 논란'을 이유로 한동훈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는데요, '사천 논란'은 표면적 이유이고 김 비대위원의 김건희 여사 사과 요구가 실질적인 갈등 이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 두 사안의 중심에 김경율 비대위원이 있죠.

당내에서는 김 위원 거취 정리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출구 전략'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은 어제(2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비대위원이 사퇴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상민 의원은 '이 정도도 포용 못하면 당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는 입장입니다.

비대위원회 내부에서도 "이런 일로 김 위원이 사퇴하면 우리도 사퇴해야 하느냐"며 반발 기류가 있다고 합니다.

진중권 작가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내치면 한동훈 비대위 체제 실패'라고 주장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결국 제거되는구나 한동훈 체제 내에서도' 이렇게 되면, 사실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실패하게 된다"는 겁니다. 반면 "(김 비대위원이) 계속 가게 된다고 하면 사실 한동훈의 승리가 되는 거다. 이건 대통령한테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 입장에서도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를 거론하기 어렵습니다. 김 위원이 사퇴한다면 한 위원장 리더십에 금이 가고,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우려되기 때문이죠.

애초 김 위원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으니까, 김 여사가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한 비대위원장과 김 위원 측이 적절히 화답하는 수순으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김 비대위원이 출마를 공언한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비대위원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있는데요, 김 비대위원 사퇴와 김 여사 입장 표명이 어떤 식으로든 비슷한 시기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빠르게 갈등을 봉합한 것은 모두 '총선 공멸'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요, 봉합의 필요성이 강한 만큼 갈등 요인을 해소하는 출구 전략이 조만간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방정식이어서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봉합이 됐다기보다는 뚜껑만 닫아놓은 것"이라며 "이제 용산에서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정 갈등의 본질이 '공천 힘겨루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공천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당정 간 힘겨루기 속에 서둘러 봉합된 갈등이 다시 터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당정 관계가 총선까지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