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오전에 회의를 마친 뒤 관심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습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탈락한 겁니다. 임 전 실장을 다른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그것은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중·성동갑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민주당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곳입니다.

임 실장의 모교인 한양대가 있는 곳으로. 임 실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냈습니다. 정치에 뛰어든 뒤에는 16·17대 국회 때 이 지역에서 내리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임종석 중·성동갑 공천배제'로 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정점으로 향하는 분위기입니다. 임 전 실장 공천배제 발표 이후 역시 친문(친문재인)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전격 사퇴했습니다. 

"(갈등 잠재워야 하는데) 제게 돌아온 답은 최고위원에서 차라리 물러나라는 답이었다"면서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고민정 의원이 언급한 '민주당 중진 의원님'은 정성호 의원으로 볼 수 있는데요, 정 의원은 오늘(27일)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려면 그 전에 본인이 최고위원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게 차라리 낫다"며 고민정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고 의원이 당내 공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어제(26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것을 정조준한 겁니다.

정 의원의 비판에 고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로 응수한 건데요, "(정 의원이) 당무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다. 당무가 없었다"고 맞받기도 했습니다.

고 의원은 "지도부 안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고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2022년 8·28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에 당선됐는데요, 비명계·친문(친문재인) 인사로는 유일한 선출직 최고위원이었습니다.

그제(25일) 밤에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공천 논란 상황에 대해 항의하면서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의 전략공천 논의를 미룬 점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임종석 전 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전략공천에서 배제된 것도 고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천을 둘러싼 친문·비명계의 불만과 분노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폭발했습니다.  의총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를 향해 거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초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의장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홍영표 의원은 "남의 가죽 그렇게 벗기다간 자기 손도 피칠갑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 개인 사당을 만들어 다음 당권을 (또) 잡으려 하는 건가"라고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발언이 격해지자 홍익표 원내대표가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회의장이 계파 갈등의 장이 됐다고 합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중·성동갑 공천 여부는 민주당 공천 파동의 가장 큰 뇌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친명계와 친문계의 충돌, 이른바 '명문 전쟁'(친명·친문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선 공천 불가 의견이 강합니다.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이 임 전 실장에게 제기되고 있는 점, 임 전 실장이 과거 이 지역구에서 두 차례 의원을 지내 '지역구 사유화' 논란이 있다는 점, '86 운동권 청산론'을 펴는 여당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임 전 실장 공천 불가의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문(친문재인)계는 정반대 입장인데요, 고민정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을) 공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는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조차 되지 못했다"고 임 실장 공천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전략공관위가 임 전 실장에게 험지 출마 필요성 등을 내세워 송파갑 출마를 타진한 적도 있는데요, 임 전 실장은 중·성동갑 출마를 고수했습니다.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임 전 실장 공천은 친문계 공천의 상징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이미 이재명 대표의 밀실 컷오프 논의·친문 현역이 제외된 불공정 경선 여론조사 논란, 비명(비이재명)계가 대거 포함된 하위 20% 평가 등으로 계파 갈등이 지속됐는데요, 임 전 실장 낙마까지 맞물리면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총선 정국에서의 당내 계파 프레임 분열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며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으로서 총선승리를 위해 단결하자"고 당부했습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명문정당'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문이 무색해지고 있는데요, '명문정당'은커녕 '명문 전쟁' 직전의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 친명과 친문 관계는 분수령을 맞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친문의 반격이 본격화하면서 갈라설지, 여기서 '스톱'하고 봉합할지를 결정하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 겁니다. 

당이 재차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임 전 실장이 이를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결국 갈등 봉합보다는 친문계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친문계가 반격한다면 그 계기는 내일로 예정된 임 전 실장의 입장 발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