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친문재인) 좌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는데요, 총선 공천 국면에서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이수진(초선·서울 동작을)·박영순(초선·대전 대덕)·설훈(5선·경기 부천을)·이상헌(재선·울산 북구) 의원에 이어 6번째 민주당 현역 의원 탈당입니다.

홍 의원은 "민주당 공천은 정치적 학살'이다"는 말로 공천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는데요, 홍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10%에 속했다고 통보받은 데 이어 지역구가 전략 지역으로 지정되며 아예 컷오프(공천 배제)됐습니다.

홍 의원은 현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 출마할 계획입니다. 설훈 의원이 추진 중인 '민주연대'에 합류해 이낙연 공동대표가 있는 새로운미래와 연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내일 '민주연대'와 만나 구체적 일정을 확정해서 해야 할 일을 마무리짓겠다", "새로운미래도 당연히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향후 행보와 관련한 말을 했습니다.

또 "현역 의원은 4명으로 총선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민주연대'와 '새로운미래'의 의원들을 말합니다. 

추가 탈당자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인데요, 아이러니하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제(4일) 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도미노 탈당을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친문 정치인 두 명의 결정이 이재명 체제를 흔들기도 하고 안정시키기도 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대표적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인데요, 그래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정치권의 관심입니다.

홍영표 의원은 공천 배제(컷오프)된 이후 탈당을 고심하던 그제(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예방 뒤 글과 사진을 올렸는데요, "문 전 대통령이 (공천 관련)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안타깝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잘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홍 의원은 그러나 오늘(6일) BBS 라디오에서, 탈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방문한 것에 대해선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찾아뵙고 말씀드리는 게 예의라 생각해 찾아뵀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거취를 결정하고 그 결정을 알려드리기 위해 방문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다만, 사적인 대화를 언론에 공개하기 힘들다면서 여지를 남겼습니다. 

새로운미래 신경민 책임위원은 유튜브에서 "문 전 대통령이 홍 의원에게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얘기를 한 것으로 들었다"고 했는데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는 듯합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탈당에서 잔류로 선회한 배경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만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공천 배제에 반발하던 임 전 실장은 지난 2일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회동했는데요, 이때까지만해도 탈당설이 유력하게 나돌았습니다.

새로운미래 이석현 고문은 그제(4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실은 어제(3일) 저녁 7시까지도 탈당하겠다고 했다. 어제 저녁 7시에 이낙연 대표가 임종석 실장한테 전화했을 때도 탈당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의 선택은 잔류였습니다. "당의 결정의 수용하겠습니다"는 짧은 SBS 메시지로 잔류를 선언했습니다. 

임 전 실장은 3일 광주를 찾아 송갑석 의원과 강기정 시장 등을 만났는데, 탈당을 만류하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 전 실장을 만류했을 것이란 추측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당의 '공천 배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하는 기자회견 당시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 "다음에 답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문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임 전 실장이 당의 공천 배제 다음 날 '재고 요청'한 결정, 재고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잔류'한 결정의 뒤에는 문 전 대통령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명확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표가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았을 때 문 전 대통령이 임 전 실장을 살펴봐 달라는 취지로 공천 이야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점과 두 사람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임 전 실장이 거취 문제를 문 전 대통령과 상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는데요, 조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걸 밝힌 겁니다.

이때 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조 전 장관의 창당을 응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동안 평산마을을 찾은 조 대표를 포옹하거나 다정한 포즈를 취하면서 지원사격했는데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측근들이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할 때 문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한 사례가 많지만, 적어도 '찾아뵙고 말씀드리는 예의'는 차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