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한 달 만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도됐지만, 끝내 불발됐습니다.

공수처 영장 집행팀이 경호원·군인과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였지만, 인간띠의 벽을 뚫지 못했다고 합니다. 경호처의 벽을 뚫지 못한 겁니다.

공수처는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던 공수처가 오후 1시 반쯤 집행을 중지하고 대통령 관저에서 철수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께 집행을 중지했다"고 공수처가 기자들에게 알렸습니다.

이어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습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작과 철수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오전 6시 14분쯤 정부과천청사 출발 ▶ 오전 7시 2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도착 ▶ 오전 8시 2분쯤 바리케이드와 철문 통과하며 영장 집행 시작 ▶ 오후 1시 반 집행 중지

집행 착수 5시간 반 만에 발길을 돌린 겁니다.

공수처에서는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대환 부장검사를 비롯해 공수처 인원 20명과 경찰 80명 등 총 100명 정도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영장 집행팀이 대통령 관저 정문을 통과할 때만 해도 예상보다 순탄하게 집행이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관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과 대통령경호처에 막혔습니다. 55경비단은 윤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22년 9월 관저에 입주할 때부터 관저 경비를 맡게 됐습니다.

수방사 예하 부대지만,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대통령 경호처에 배속돼 지휘·통제를 받습니다.

경찰이 하던 관저 경비를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군으로 바꿨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김 전 장관은 소령 시절인 1989∼1991년 55경비단(당시 55경비대대) 작전장교로 근무한 이력도 있습니다.

"정문에서 들어가 100∼150ｍ 정도 올라가니 언덕에 버스가 막혀있었고, 경호처 직원들이 막아서서 옆 산길로 올라갔다", "80∼100ｍ 정도 더 올라가니 버스·승용차 10대가 있었다. 경호처와 군부대 인력 200명가량이 올라와 팔짱을 끼고 막아서면서 관저 진입에 실패했다"는 게 공수처 설명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치한 곳이 관저 200m 앞이었다고 합니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공수처 검사가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체포 및 수색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 처장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고 맞섰습니다.

공수처는 "단계별로 크고 작은 몸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경호원과 군인들의 저항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개인화기를 소지한 경호원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경호처 인력 중 개인화기를 휴대한 일부 인원도 있었지만, 충돌이 생기는 상황에서 무기를 휴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는 게 공수처 설명입니다.

공조수사본부는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내일(4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우선 체포영장 재집행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장이 유효기간이 6일까지인 만큼 다시 시도할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공수처가 영장 재집행에 나선다면 이번 '1차 실패'가 명분 쌓기 역할을 하게 되고, 보다 강력한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체포영장을 재집행하지 않고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체포영장을 다시 집행한다고 해도 오늘(3일)처럼 경호처가 저지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2차 체포영장 집행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나 조사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공수처는 오늘(3일)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경호처 등이 집행 절차에 협조할 수 있도록 지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경호처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지만, 최상목 권한대행은 공수처 공문에 회신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체포에 협조하라고 경호처장에게 지시하는 데 대해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야권은 일제히 최 권한대행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공언한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이 '영장 집행에 협조하라'는 입장을 냈어야 했지만, 어떤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법 집행을 방해한 경호처 수뇌부에 해임, 파면, 직무배제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공수처가 즉각 다시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 지도부가 최 권한대행을 만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고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고 합니다.

야당의 압박이 커도 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체포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