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씨 입시비리 혐의에 대한 기소 여부가 아버지 조국 전 장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검찰이 이런 신호를 주면서 사실상 조 전 장관을 압박해왔습니다. 그래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오늘(17일) 재판이 주목을 받았는데요, 조 전 장관은 자세는 크게 낮추면서도 혐의는 부인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출석했는데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기자들 앞에서 읽었습니다.

입장문을 준비했다는 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도 가다듬었다고 볼 수 있죠. 오늘(17일) 발언이 딸 조민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진 듯합니다.

조 전 장관은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면서 시작해 "항소심에서 보다 낮은 자세로 진솔한 소명을 하겠다"고 마무리했습니다.

최근 딸 조민 씨의 고려대와 부산대 상대 소송 취하와 아들의 연세대 석사학위 반납에 대해서는 "자식들은 많은 고민 끝에 문제된 서류와 연결된 학위와 자격을 모두 포기했다. 아비로서 가슴 아팠지만 원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상상과 추측으로 소설을 쓰는 분들이 많다"면서 "만신창이 가족을 챙기며 과거와 현재를 성찰 또 성찰 중"이라고 했습니다.  

입장문을 보면 '송구', '성찰', '보다 낮은 자세' 등의 표현으로 몸을 낮췄습니다. 지난해 아내 정경심 전 교수의 대법원 판결 이후 자녀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지는 않았는데요, 오늘(17일)은 더욱 자세를 낮춘 겁니다.

다만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 취하를 자백 또는 반성으로 볼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법정에서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알지 못했다'는 건데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겁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원심이 유죄 판단한 건 조민 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제출한 서류 7건이 허위라는 것이다", "7건 가운데 4건은 조 씨가 고등학생 시절, 3건은 대학생이 된 시점에 쌓은 것이다", "생업에 종사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던 조 전 장관이 이를 일거수일투족 알기 어렵다", "더욱이 조민 씨가 대학생 시점에는 학교 근처인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한 집에 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를 향해 "조 전 장관이 공범 성립에 필요한 정도로 허위 인식을 가질 수 있었는지 다시 한 번 판단해달라", "조민 씨는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불합격했다. 불합격한 입시에서 업무방해 위험성 찾아내 처벌하는 것이 적정한지 참작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오늘 입장문에서는 "정경심 교수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후 당사자와 가족들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고 했는데요, 법정에서도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이 나올지 관심이었지만 기존 입장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조 전 장관의 항소심은 딸 조민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열렸습니다.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다음 달 26일 만료된다고 합니다. 곧 조민 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거죠.

검찰은 최근에 "조민 씨의 반성 여부는 물론 공범인 조 전 장관, 정 전 교수 등 입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요, 특히 "(자녀 입시비리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공범인 조 전 장관을 상대로 범죄사실에 대한 입장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17일)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 혐의사실에 대해 어떻게 진술할지가 관심을 모았습니다.  

검찰의 입장은 사실상 조 전 장관이 혐의를 인정할 경우 검찰이 조민 씨에 대해선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조 전 장관 진술과 조민 씨 기소가 연계돼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거죠.

일각에서는 검찰이 조민 씨 사건 처분을 무기로 조 전 장관 자백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사실상 '자백 강요' 아니냐는 겁니다.

조 전 장관은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딸이 기소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범행을 시인할 수 없다는 결정을 한 듯합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가족과 공범 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는데요, 조민 씨 기소와 아버지 조국 전 장관 진술을 연계시키는 검찰에 반박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조 전 장관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가족의 입장 변화는 뚜렷한데요, 딸 조민 씨의 '소송 취하'와 아들의 '학위 반납' 등 자녀들의 자진 철회 결정이 이달 초 잇따라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민 씨는 고졸 학력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받아들이면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조 전 장관은 반발보다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볼게요.

조국 전 장관이 오늘은 자세를 더 낮추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면서 다시 검찰이 고민에 빠질 듯합니다. 공범 관계의 아버지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딸 조민 씨 기소를 유예할 수 있는지, 일가족을 한꺼번에 법정에 세우지 않는 형사사법적 전통을 유지할 지, 다른 법리적 고려 사항은 뭐가 있는지 등에 대해 그야말로 종합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