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아침 오송 지하차도는 삶과 죽음이 엇갈린 곳이었습니다. 삽시간에 물이 들이 닥치던 순간 '살려 달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터졌습니다. 상상하기도 힘든 공포가 지하차도를 덮친 겁니다. 이때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만든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747번 버스 기사, 화물차 기사, 군청 공무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시민들입니다.

그런데 3명을 살린 정 씨 역시 다른 의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합니다. 정 씨는 지하차도 진입 당시 눈깜짝할 사이에 차도에 물이 들어차며 타고 있던 차도 둥둥 떴다고 하는데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가까스로 지하차도를 빠져 나와 거센 물살을 견디다 어디선가 떠내려온 부유물들을 잡고 버텼다고 합니다. 힘이 다 빠질 때쯤, 난간에 서 있던 남성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정 씨는 전쟁터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도움을 준 남성은 연락처도 알려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 씨를 살린 의인은 14톤 화물차 기사 44살 유병조 씨였습니다. 유 씨도 3명의 목숨을 살렸다고 합니다.

지하차도에서 화물차 시동이 꺼지고 간신히 창문을 깨서 지붕으로 올라간 순간, 유 씨의 눈에 들어온 건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간신히 붙잡고 버티는 20대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을 화물차 위로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이후 차량 뒤편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남성 2명을 발견했는데요, 이들이 난간을 붙잡게 도운 뒤 4명 모두 난간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버틴 덕분에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증평군청 공무원 정영석 씨도 있었습니다. 구조된 정 씨는 다시 3명을 구조해 구조 릴레이를 이어간 겁니다.

구조된 20대 여성의 부모는 유 씨를 만나 "딸이 '힘이 없으니까 이 손 놓으시라'고 했지만 유 씨가 포기하지 않고 구해 주셨다"면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급행버스 747번 기사 50대 이 모 씨의 구조 사연도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에 잠긴 버스가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이 씨는 "빨리 탈출하라"며 얼른 유리창을 깨 승객들을 먼저 내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버스에 탔던 20대 여성은 친구에게 전화해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버스 기사 이 모 씨가 창문을 깨고 승객들을 먼저 탈출 시키려 애썼다는 증언은 이 씨 동료들에게서도 나왔습니다. 이 씨 동료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 안에 있는 망치로 유리창을 깼다고 그러더라. 거기 있는 사람들은 탈출 할 수 있으니 빨리 나가라고", "창문을 깨고 노약자를 탈출 시켜야 된다고. 항상 타의 모범이 된 분이라 더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침수된 버스에서 일부 승객은 목숨을 건졌지만 세상을 떠난 승객도 있었습니다. 또 운전사 이 씨도 버스 밖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747번 버스는 오송역과 청주공항을 오가는 노선인데요, 베테랑 기사들이 배정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 폭우로 기존 경로가 통제되자 우회하기 위해 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급박한 순간 대피를 도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침수 직전 역주행으로 지하차도를 탈출한 어느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며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았습니다.

이 운전자가 유턴하게 된 건 747번 급행 버스가 비상등을 켠 채 멈춰 선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데요, 버스가 진입 금지의 신호를 준 셈이네요. 운전자는 역주행하면서 주변 차량을 잊지 않았습니다.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자동차 창문을 열고 주변 차들을 향해 "물 차. 사장님 빼! 빼!"라고 긴박하게 소리치며 자동차 경적도 울렸습니다.

이 운전자의 다급한 행동에 일부 차들이 방향을 바꿨는데요, 차량 통제가 되지 않아 계속해서 차들이 들어오는 상황이었던 만큼 뒤따르던 차들의 대피를 도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헌신적으로 구조한 의인들, 대피 도운 시민들이 있어서 인명 피해가 더 커지는 걸 막았습니다. 대형 참사 때마다 피해를 막는 시민 영웅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시민 정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