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국회 본회의가 열렸는데요, 민주당이 발의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보고됐습니다. 

이 위원장은 야당이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좌파의 언론장악을 영속하겠다는 법안'이라고 언론에서 이야기한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방송법이 문재인 정부에서 개정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비판했는데요, "민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이미 방송법 논의가 매우 많았는데 다수 의석 을 가지고도 관철하지 못하고 인제 와서 추진하는 것인가" "그때 반대한 큰 이유가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 제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은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거부권 행사를 확신하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탄핵 시 한 장관 체급만 키워주는 결과이며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 검찰총장을 계속 때려서 체급을 엄청나게 키워줬다. 똑같은 짓 하는 것이다",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때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겠느냐. 일각에서는 보수의 어머니라고 그런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민주당의 결정에는 '한 장관을 때리는 게 오히려 한 장관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어제 의원총회 뒤 한동훈 장관 탄핵안이 논의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 "탄핵안은 법률적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검토하는 것"이라며 설명했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의 신중함과 우려 등이 엿보입니다. 

윤 원내대변인의 말처럼 한 장관에 대해서는 탄핵 사유나 명분이 이동관 위원장과 비교해 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위원장의 경우 한 장관 탄핵 사유보다 위법 정황이 구체적이라는 판단한 겁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 장관 탄핵 사유는 △위법한 시행령 개정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이재명 대표 사건 피의사실 공표 등인데요, 국무위원을 탄핵할 만한 법률적·정치적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민주당에도 있는 거죠.

한 장관의 경우 구체적 위법 행위가 부족하고 이미 여권의 대선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하다가 역풍이 일 수도 있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인 듯합니다. 그래서 탄핵 대상에서 한 장관은 빠지고, 이동관 위원장만 포함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 거죠. 

국민의힘은 규탄 집회도 열었는데요,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와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에 매몰돼 민생을 인질로 삼는 민주당은 상식을 포기한 무책임한 집단"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마저 '묻지마 탄핵'을 하는 민주당의 속셈은 대선 불복의 뜻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좌편향 공영방송을 앞세운 대국민 선동이 어려우니 이렇게 방통위 무력화에 집착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탄핵 중독이라는 치유 불가능한 불치병에 걸린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민주당이 또 기각될 것이 분명한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총선을 위한 정치적인 의도다"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탄핵소추안이 표결로 통과되면 방통위가 또다시 '개점휴업'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미 상당 기간 식물 상태였는데요, 또 다시 '스톱' 상태가 될 수 있는 거죠.

이 위원장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경우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되는데요, 혼자 회의를 소집할 수는 있지만 안건 의결이 가능한지는 해석이 엇갈린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혼자 안건을 처리한다면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죠.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고요. 

합의제인 방통위 설립 취지를 고려해도 1인 의결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