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전 의원은 정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야권의 원로인데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왔습니다.

유 전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치개혁 약속을 파기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조짐을 보이는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는 이 대표의 발언을 집중 공격했는데요, "완전히 노무현을 부정하는 얘기"라고 했습니다.

"노무현의 삶을 진짜 바보라고 생각하는 게 이재명이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 노무현은 멋있게 여러 번 졌는데, 무슨 놈의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거친 표현을 동원해 목소리를 높이며 작심 비판한 겁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른바 '개딸' 지지층에 대해서는 "끔찍할 정도로 적대적, 폭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무엇이 국가를 위해서 제가 할 일일까 하는 것을 늘 골똘하게 생각한다"면서 즉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말해야 할 때는 말할 것"이라면서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선거제 개편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조짐에 대해 중진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는 이탄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위원장 자리까지 내놓으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점차 병립형을 주장하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나'는 발언은 '병립형 회귀'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두 가지 비례대표 배분 방식은 명분이냐 실리냐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0대 총선까지 적용됐던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고 지역구 선거 결과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조정되는 제도입니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자는 취지인데,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꼼수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그 취지가 퇴색되기는 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27일 대선을 앞두고 '승자독식이 아닌 다당제 구현'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작성했고, 당시 대선 후보이던 이 대표는 "통합의 정치,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진짜 정치교체를 하자"고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의석수 싸움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전략입니다. 

문제는 위에서 본 것처럼 병립형 회귀에 거부감이 큰 의원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어떤 계파가 반대한다고 볼 수는 없고, 명분파 의원이 상당히 많은 겁니다.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표면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오늘(30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정치교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자들과 1당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현실론자들의 의견이 맞선 겁니다.

어느 쪽이 이길지 몰라도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파열음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