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며 결별의 심경을 밝혔습니다. 

탈당 이유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이어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 받고 공격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이재명 사당화', '팬덤 정치'에 대한 환멸을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는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어제(10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과 협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우선 연대의 대상이 '원칙과 상식'인 겁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나선 이준석 '개혁신당'(가칭)과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협력할 용의가 있고, 협력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외에도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등 '제3지대 빅텐트론'의 파트너로 거론되는 정치인과 가치 지향이 달라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공통점을 찾아 추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양당의 독점구도를 깨고 '3자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겁니다.  

이 전 대표는 "(19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보다 훨씬 더 거리가 가깝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보수 지도자와 연립정부를 꾸렸는데, 제가 제3지대에서 만날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이 만난 그분들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라고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소속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해 정치적 상징성이 큰데요,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형성한 뒤 탈당 카드를 선택한 만큼 야권 분열이나 제3지대 빅텐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꽃길만 걷다가 탈당했다"는 비판이 많았는데요, 이 전 대표 탈당 기자회견 뒤에 성토의 목소리가 분출했습니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 김홍걸 민주당 의원도 작심 비판했는데요, 이 전 대표가 탈당 사유로 내세운 'DJ 정신 실종'에 대해 "정작 DJ 정신을 저버린 건 본인(이낙연 전 대표)"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김 의원은 SNS에 "'김대중 정신이 실종'되었다는 이낙연 대표님,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분은 대표님 본인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김대중 정신을 사칭하는 분들이 계속 나와도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은 민주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SNS에 "최종 목표는 낙석연대를 경유해 국민의힘 쪽 대선 후보가 되는 게 꿈일까?"라며 비꼬았습니다. 

윤준병 의원은 "제2의 안철수 길을 축하한다"고 비꼬았습니다. 이어 "2021년 당시 민주당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내놓고서 선거에 패했음에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던 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원식 의원은 <탈당 그 지체가 국민을 배신하는 일입니다>는 제목으로 '배신의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위해 헌신하셨다. 두 분의 정신과 민주당의 역사를 욕되게 하지 말라",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한 법이다"는 말로 날을 세웠습니다.

앞서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안호영, 이병훈 의원 등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29명이 성명을 통해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에 대해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만류하기도 했습니다.

어제(10일)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 상식' 3인방(이원욱·김종민·조응천)은 내일(12일)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원칙과 상식'은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제3지대에서 신당들의 '허브' 역할을 하는 플랫폼 정당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정태근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합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가칭) 등과도 손을 잡고 이번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면 이번 대선은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데요, 민주당 탈당파 김종민 의원도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궁극적으로 총선에서 3파전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민심에 대한 책임은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3파전 구도로 국민들에게 짜장면, 짬뽕 말고 김치찌개, 설렁탕도 있다는 선택지를 만들어 드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권자들이 사표를 고민하지 않을 정도로 세를 불려서 '선택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신당의 1차 목표는 (기호 3번을 받을 수 있는) 7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1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원내 3당은 정의당인데요, 의석이 6석입니다. 근데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 '새로운 선택' 공동대표를 맡은 류호정 의원이 정의당을 탈당하면 정의당 의석이 5석으로 줄어듭니다.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 상식'은 현역 의원 3명으로 신당을 추진합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 상황에 따라 추가로 합류할 의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컷오프 등 경선 탈락에 불복한 현역들이 이탈해 신당에 동참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기호 3번'은 정의당이 아니라 신당이 차지할 공산이 큽니다. 6석 또는 7석의 의석을 확보하면 '기호 3번'의 정당이 되는 거죠.

민주당에선 '현역의원 컷오프 명단'이라는 괴문서가 나올 정도로 어수선한데요, 이들 중 일부가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에서 합류할 수도 있고요.

게다가 전직 여야 대표 모두 제3지대에 나온 것도 이례적인데요, 과거 총선의 빅텐트 시도보다 무게감이나 상징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은 제3지대 세력화가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정치 실험의 장이라는 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