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동훈·원희룡)와 이재명 인생을 비교해 주십시오"
"함운경을 정청래와 비교해 보시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나타났는데요, 적의 수장을 상대로 '돌덩이 치우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위원장은 원 후보와 어깨동무하면서 '브로맨스'를 과시했는데요, '이재명 대표와 비교해 달라'며 비교 우위를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운동권 출신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잡기 위해 '전향한 운동권' 함운경 후보를 맞붙이며 이른바 '운동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한동훈 위원장이 함 후보를 띄우면서도 '비교 화법'을 썼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방문했는데요, 단수공천 받은 원희룡 후보 지원사격에 나선 겁니다. 

한 위원장이 개별 후보의 지역구 민생 행보에 동행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적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대표와의 '빅매치'에 당력을 쏟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한 위원장은 박촌역 앞에서 원희룡 후보와 어깨동무하고 "저와 원희룡의 인생을 봐달라. 우리는 무엇인가를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온 사람"이라며 "우리와 이재명의 인생을 비교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계양을 총선 승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주위를 둘러봐달라. 우리가 이길 것 같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인천 계양 발전을 위해 원희룡과 이재명 누가 맞겠나. 계양 동료시민의 삶을 진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원희룡"이라고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원희룡 후보는 "계양구는 25년 동안 (민주당) 정치인들이 텃밭으로 만들었지만 지역 발전이 낙후돼 있다"면서 "지하철 9호선을 박촌역까지 연결하는 주민들의 숙원 사업에 대해 약속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지역 발전을 약속했습니다. 

두 사람은 근처 계양산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계산역 사거리에서 '직장인 퇴근' 인사까지 함께하며 '명룡대전' 승리를 다짐했습니다.

원희룡 후보 후원회장을 맡은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 씨도 지원사격에 나섰는데요, 이 씨는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머플러를 두르고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연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2016년 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존폐 갈림길에 선 제주여고 축구부를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이때 제주지사였던 원 후보를 만난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4년 전에 송영길 전 민주당 의원 지원 유세를 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 원 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어제(22일) 원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뒷얘기를 공개했는데요, "저도 이 결심을 하기까지 많이 힘들었다. 운동하는 사람이 누구를 지지하는 것을 두고 와이프와 엄청 싸웠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저는 정치를 잘 모른다. 그런데 사람은 좀 안다"며 "어떤 분이 계양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가, 또 어떤 분이 (당선돼야) 우리 계양 주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정말 인천 계양이 행복해져야 인천이 행복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원 전 장관을 지지하고 후원회장을 맡기로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을 전략공천했는데요, "운동권 정치의 해악을 해소하는데 헌신하고 계신 인물"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함 회장은 국민의힘이나 한동훈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내세우는 '운동권 특권세력 청산'의 기조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함 회장은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출신입니다.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으로 1985년 서울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하다 투옥됐습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의 큰 획을 그으며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낸 겁니다. 이후 15,16,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등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2018년부터는 고향인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맞대결을 펼칠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하다 2년 복역한 경력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운동권 이력이 있지만, 함운경 회장은 전향해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비판하는데 앞장서고 있죠.

지난해에는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연하면서 민주당의 '후쿠시마 괴담'을 비판했고, '운동권 정치세력'을 겨냥한 학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SNS에 민주당의 정청래·서영교 전 최고위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헤아릴 수 없는 막말과 무능으로 한국 정치를 망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주저앉힌 사람들의 공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하염없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도 했습니다.

함 회장은 SBS 기자에게 '"어제(22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함 회장의 전략공천은 한동훈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론'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애초에 김경율 비대위원 출마를 검토하다 사천 논란이 제기됐고, 결국 김 비대위원은 불출마로 돌아섰습니다. 

이후 운동권의 폐부 깊숙한 곳을 잘 아는 함 회장 카드를 꺼내면서 김 비대위원보다 '운동권 청산 공천'의 성격이 더 짙어졌습니다. 운동권 출신이자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정청래 최고위원을 겨냥한 '자객공천' 성격도 짙어졌습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출근길에 두 사람을 비교하면서 운동권 출신 정청래 최고위원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두 사람을 비교하면 운동권 영수증을 국민에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함 후보"라는 겁니다.

한 위원장의 '민주당 운동권 특권세력' 타파 기조에 맞춘 '맞춤형 공천'으로 '운동권 매치'가 성사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한동훈 위원장이 '개딸 전체주의의 상징'으로 지목한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지역구 공천인 만큼 '함운경 카드'가 승부수가 될 것으로 국민의힘은 기대하고 있습니다.